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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부부 숨진 인천 아파트 화재, “방화 가능성 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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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석남동에 있는 6층짜리 아파트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년부부가 숨졌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인천시 서구 석남동에 있는 6층짜리 아파트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년부부가 숨졌다. [사진 인천소방본부]

A씨(22)는 2일 오전 2시30분 일을 마치고 인천시 서구 석남동에 있는 집으로 귀가했다. 선잠이 들었던 A씨는 오전 3시20분쯤 ‘불이야’하는 아버지(51)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몸에 불이 붙은 채로 아들의 방에 들어왔다고 한다. A씨는 어머니(49)를 구하려 했지만 집 안에 연기가 가득했고 문이 닫혀있던 탓에 실패했다. 결국 A씨는 발코니를 통해 아파트 4층에서 홀로 탈출을 시도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나섰고 불은 25분 후 완전히 진압됐다. 각각 집 안 침실과 현관문 근처에서 발견된 A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A씨는 탈출과정에서 찰과상을 입었으나 경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거주하고 있던 A씨의 동생은 외출했다가 귀가하지 않아 화를 면했다. 다른 입주민 13명은 소방당국에 의해 긴급히 대피하면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A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번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평소 공황장애와 알코올 중독 등의 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약을 먹고 있었다”면서 “아버지가 이전에도 자해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화재로 대피한 A씨의 이웃도 경찰에 “A씨의 아버지가 평소에도 담배꽁초를 함부로 던지는 등 행동을 해서 걱정됐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2차로 현장감식을 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아버지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발화지점은 방이었다”면서 “방화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수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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