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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켜두는 음주단속 앱···“그거 모르는 50대가 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0시 서울 송파동 방이삼거리 서쪽 방향 도로에서 송파경찰서 경찰관 4명이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했다. 19분 뒤 한 경찰관의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한 음주운전 단속 정보 공유앱이 '근처에 단속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였다. 단속 정보가 공개된 것이다.

이를 확인한 경찰은 약 5분 정도 음주단속을 더 진행한 뒤 또 다른 단속 지점으로 이동했다. 음주운전자들이 현재 단속 지점을 피해갈 거란 우려 때문이다. 송파서 교통안전계 홍석준 경장은 "단속 나올 때마다 경찰도 음주단속앱을 켜둔다"며 "꽤나 자주 단속 위치가 노출돼 30분마다 이동하며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0시 19분. 음주단속 중이던 홍석준 경장이 음주단속앱으로 실시간 단속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0시 19분. 음주단속 중이던 홍석준 경장이 음주단속앱으로 실시간 단속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음주단속 위치공유앱 여전히 작동

윤창호법 이후 화제가 됐던 음주단속 위치 공유앱을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 ‘음주단속’을 검색하면 3개의 앱이 뜬다.

이 중 1위 앱은 자신들의 누적 이용자 수를 1일 기준 약 450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음주 단속 상황을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유하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포인트도 제공한다.

거꾸로 허위 제보를 한 사용자에게는 벌점을 부과하기도 한다. 단속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다.

앱 운영사는 음주단속앱에 대해 범죄 은폐 목적이 아닌 ‘교통정보 서비스 종합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한 앱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통해 "음주단속, 교차로단속, 안전띠 단속, 신호위반단속, 꼬리물기단속, 정지선 단속 등 각종 교통단속 정보를 공유한다"고 소개했다.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경고성 정보를 사전에 알려준다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사실상 경찰의 단속을 피해 음주운전을 하는 데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차 영업사원 정모(28)씨는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앱들은 원래 많았다"며 "그런데도 이런 어플을 쓰는 건 결국 단속을 피하려는 목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앱 등장 후 젊은 운전자는 단속 잘 안 걸려”

경찰도 음주단속앱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요즘은 SNS로 단속 장소가 금방 알려지기 때문에 30분 단위로 장소 바꿔가면서 단속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0시 서울송파경찰서 교통안전계 팀원들이 음주운전단속을 벌인 방이삼거리. 편광현 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0시 서울송파경찰서 교통안전계 팀원들이 음주운전단속을 벌인 방이삼거리. 편광현 기자

송파서 관계자는 “30분마다 자리를 옮기는 '스폿 단속'을 하더라도 앱을 악용해 단속을 빠져나가는 음주운전자는 매일 한두 명씩 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앱이 활성화된 뒤 20~30대 운전자가 단속에 걸리는 횟수가 줄었다는 걸 느낀다"며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쓰지 못하는 50대 운전자가 단속에 많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런 앱 때문에 음주운전 단속 실효성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월 9일 국회에선 음주단속 정보 공유 앱을 불법화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안엔 음주측정 일시와 장소 정보 공유행위를 불법화하고 이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람에 대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은 “그런 앱 때문에 음주단속의 효과성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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