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K TV 선명도 결국 CES 기준에 맞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삼성전자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서 8K TV의 인증을 받았다. CTA는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가전 전시회인 ‘CES 2020’를 주관하는 단체다. 가로 화소 수가 약 8000개인 8K TV는 현재로선 가장 높은 해상도를 지닌 TV다.

“CM 50% 무의미” 반박하다 수용 #LG “삼성, 시장·소비자 혼란 초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2020년형 8K TV에 ‘8K UHD 인증’ 로고를 붙일 수 있게 됐다고 1일 밝혔다. CTA 인증은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미국 내 가전 판매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CTA는 지난해 9월 8K TV의 인증 기준을 발표하면서 화질 선명도(CM)값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CM은 1927년 만들어진 개념이기 때문에 8K 같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평가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삼성의 8K TV는 CM값이 12~18%여서 실질적인 8K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CTA는 가전의 규격을 정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CTA 인증은 제조사의 선택에 따라 참여하면 된다. 그런데도 삼성전자가 CTA 인증을 받은 것은 8K TV의 CM값을 50% 이상으로 올려 화질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업체의 추정대로 CM값을 맞출 목적으로 시야각을 비롯한 다른 성능 요소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고 “지난해 9월 삼성전자의 주장은 자기모순일 뿐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CES 2020에는 삼성전자 가전사업을 책임지는 김현석 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이 기조연설자로 확정된 상태다. 만일 삼성전자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면 자사 수장이 나서는 CES에서 8K 인증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