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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인삼-"소백명물 옛 명서 되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풍기인삼의 옛 명성을 우리 손으로 되찾자』.
경북 영풍군을 비롯한 경북북부지방의 인삼재배농가와 판매상들을 중심으로 풍기인삼의 명성회복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 지역 인삼재배농가와 판매상 등 43명이 주축이된 이 운동은 올해 들면서 「풍기인삼번영회」(회장 박형식·58)가 결성됨으로써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1차 사업으로 유통근대화자금 5억원과 주민들이 스스로 낸 10억원을 들여 경북 영풍군 풍기읍 서부리에 있던 재래식 인삼시장을 헐어 내고 연건평1천4백36평 규모의 현대식 시장을 짓기로 했다.
연말까지 완공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장에는 50여개의 인삼 전문판매점이 들어서게 된다.
이와 함께 내년 말까지 2억5천만원으로 1백30평 규모의 백삼 가공공장과 2백평 규모의 수삼 가공공장을 지어 인삼 출하기에 홍수출하로 인한 농민피해를 막도록 하는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인삼번영회 박 회장은 『풍기인삼 명성 되찾기 운동의 대대적인 추진으로 국내상권회복은 물론 과거에 명성을 떨쳤던 중국에 인삼을 직수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풍기일대의 인삼재배농가는 약2천8백여 가구, 재배면적은8백50ha로 연간 1천5백t 가량의 인삼을 생산하고있다.
이는 전국 인삼 총 생산량의 10%에 해당되며 단일 지역으로는 충남 금산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양이다.
풍기인삼은 조선 중종 때인 1542년 군수 주세붕 선생이 소백산에서 산삼 씨앗을 채취해와 농민들에게 재배를 권장하면서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소백산의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풍기는 인삼재배에 특히 알맞는 토양과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약효가 높고 단단한데다 인삼의 독특한 방향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보다 훨씬 진하고 백삼으로 가공할 경우 감량되는 양이 적어 일제말기인 1940년까지 국내는 물론 멀리 중국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다.
또 인삼의 생육에 알맞는 기후 조건 때문에 생육기간이 금산 등 다른 지방보다 한달 가량이 길어 인삼의 생육상태가 매우 좋다. 뿐만 아니라 주성분인 사포닌 함량이 풍부해 우리나라 인삼생산의 3대 산맥을 이루는 개성· 금산인삼보다 값이 10%나 비싸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8·15해방과 6·25를 거치는 동안 남북이 분단되는 바람에 개성인삼이 사라지고 개성과 품기로 이어지던 인삼 맥이 금산인삼의 등장으로 끊긴데다 관계기관과 인삼재배 농민들의 관심 소홀로 시장경쟁력 마저 약해져 상권이 다른 지방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풍기인삼의 주요 유통시장인 경북 영풍군 풍기읍 서부리 인삼시장은 50개의 점프가 들어서 영업을 하고 있으나 규모도 작고 시설도 낡아 구멍가게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삼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날마다 줄어들고 그에 비례해 풍기인삼의 명성도 사라져버렸다.
최근에는 풍기인삼을 산 상인들이 다시 금산인삼으로 포장해 전국의 시장에 팔고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풍기지역 인삼재배자들은 「판로 개척과 제값 받기」라는 두 가지 어려움을 더 안은 셈이 됐다.
김재성씨(55·영풍군 풍기읍 서부리)는 『일제시대에는 재배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좋은 값에 팔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얼마나 잘 파느냐가 재배하는 것 못지 않게 힘들어졌다』 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올해 결성된 풍기 인삼 번영회를 중심으로 유통구조를 현대화시키고 상품관리에도 신경 써 옛 시절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의욕에 불타고 있다.
영품군 안윤식 군수(48)도 『인삼재배 농민들과 판매상인들이 상권회복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내 고장 발전과도 직결되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군에서도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홍보 등을 통해 인삼판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백산 기슭의 남향받이인삼고장 풍기가 옛 명성을 찾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풍기=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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