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다!”
28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서초 달빛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00m 정도 되는 차로 3개를 꽉 채운 사람들은 저마다 ‘조국 수호’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번 집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 모임인 ‘함께 조국수호 검찰개혁(함께개혁)’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열었다.
행사에선 27일 새벽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자축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본인을 ‘수원에서 온 여자 조국’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26일 온종일 가슴을 졸였다. 그러다 영장 기각이라는 말에 조국 수호를 더 목놓아 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 나도 모르게 ‘우리가 이겼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때 외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다시 한번) 하겠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피켓을 흔들며 ‘우리가 이겼다’를 따라 외쳤다.
이 참가자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이자 지난 10월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보낸 편지도 소개했다. 그는 정 교수가 ‘조국 엽서’에 답장을 해왔다며 “‘저와 제 남편을 기억하고 격려해주신 그 손글씨를 통해 수많은 깨시민의 마음을 전달받았다. 제가 이곳에 있게 된 유일한 이유였던 사법 개혁ㆍ공수처 설치ㆍ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를 위해 그날이 오는 날까지 그리고 촛불 시민들의 희망이 실현될 때까지 모든 분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연단에 올라온 ’함께개혁‘의 한 회원은 “한 경기에서 이긴 것뿐이다. 프로야구에서 한 경기에서 이겼다고 그 팀이 이긴 것은 아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고 가야 할 길이 멀다. 시민들이 외치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을 가지고 긴 시즌을 뚜벅뚜벅 걸어 우승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연단에는 초등학생이 올라와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본인을 ‘구미에서 올라온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의 아들’이라고 소개해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데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을지 표창장을 받을지 물어보라고 하는데 엄마는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면서 “엄마가 매주 토요일마다 서초에서 검찰개혁을 외쳐서 제가 상을 받으면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했다. 이에 장내엔 웃음이 터졌다.
학생은 이어 “학교에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배웠는데 왜 죄 없는 사람들이 구치소에 있어야 하고 대한민국 검찰이 죄 없는 사람을 마음대로 가두는지 알 수 없다. 표창장을 떳떳하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회는 2시간 동안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채워졌다. 발언을 마친 시민들은 무대에서 내려가기 전 각자 준비한 구호를 외쳤는데 이때마다 집회 현장 맞은편에 위치한 대검찰청 건물 외벽에는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 수호’ ‘공수처 설치’ ‘윤석열 방 빼’ 등의 레이저 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한편, 2019년 마지막 토요일인 이날 광화문에선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10여개의 보수단체가 오후 1시부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집회를 열어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고 문재인 정부 실정을 지적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