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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간부, 업체서 4억여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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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 지난해 3월 인천공항공사 김모(63) 부사장은 인천공항 2단계 사업 중 수하물처리 시스템 공사(공사비 3100억원)를 수주한 P사에 뇌물 5억원을 요구했다. 정보기관 출신의 김씨는 부사장이었지만 당시 공항 안팎에서 실세로 통했으며 임기 만료를 앞두고는 사장 공모에 신청서를 내 곧 사장에 취임할 것으로 소문나 있었다.

공사 발주처 실세의 뇌물 요구를 받은 P사의 신모(48) 대표와 정모(58) 상무는 수주비용 명목으로 컨소시엄 구성업체들로부터 돈을 갹출한 뒤 이 중 1억원을 돈세탁해 김씨에게 전달했다.

수산공무원 출신의 시모(52) 공항공사 건설본부장도 2단계 사업의 전체 책임감리 용역 입찰(사업비 258억원)에 참가한 G건축사사무소 김모(50) 대표에게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려 하는데 전세금 1억원이 부족하다"며 뇌물을 요구해 1억5000만원을 받아 영종도의 땅을 사들이는 데 썼다.

2004년 9월께 건설공무원 출신의 안모(56) 공항공사 기계처장은 2단계 사업 수하물처리 시스템 공사의 입찰 및 기술평가위원 관련 정보 등을 E엔지니어링 대표 이모(48)씨에게 제공하고 1억2600만원어치의 현금 및 주식을 받았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인천공사 2단계 사업 비리를 수사한 결과, 인천공항공사 고위 간부 3명과 뇌물을 제공한 관련 업체 임원 4명 등 7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발표했다.

#2. 철도공사 간부인 민모(51)씨는 올 4월 부하직원 김모(55)씨로부터 식사 접대와 함께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건네면서 "개인사무실 공간을 꼭 확보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가 철도공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무소장에서 팀장으로 직위가 조정되면서 개인사무실이 없어지게 되자 사무실 재배치 업무를 담당한 민씨에게 청탁한 것이었다. 민씨는 당시 철도공사의 5개 지역본부를 17개 지사로 개편하는 작업을 맡았었다.

민씨는 돈가방을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해 오다 정부 암행감찰단에 들통이 났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경찰 수사에서 철도공사 내부 상납의 먹이사슬이 드러났다. 민씨는 기획업무를 총괄하던 2003~2005년엔 국회자료 제출이 조금 늦더라도 봐달라는 취지로 또 다른 김모(52)씨로부터 180만원을 받는 등 부하직원들로부터 7차례에 걸쳐 모두 138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5일 민씨 등 4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김씨 등 2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뇌물 액수가 적은 박모(53)씨 등 13명은 자체징계토록 철도공사 측에 통보했다.

정기환.이철재 기자

◆ 인천공항 2단계 사업은=2000년 완공된 1단계 사업의 공항시설 포화상태에 대비, 4조7000억원을 들여 활주로.여객계류장.탑승동.화물터미널 등을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2002년 착공돼 2008년 완공될 예정이며 전체 사업비 중 절반은 국고지원금으로 충당된다. 이번에 뇌물 비리가 터진 수하물처리 시스템은 발권 카운터에서부터 항공기까지 승객의 수하물을 자동으로 분류.운송하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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