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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1.8초마다 외국인 들어왔다고? 1.2초마다 한국인 나갔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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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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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최대 외래 관광객 돌파 기념행사 장면. [사진 문체부]

26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최대 외래 관광객 돌파 기념행사 장면. [사진 문체부]

26일 오전 9시 인천공항.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관광 당국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다 외래 관광객 1725만 명 돌파 기념행사가 열렸다. 아울러 정부는 연말까지 사상 최초로 외래 관광객 1750만 명 유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최다 외래 관광객 기록의 불편한 진실 #불리한 통계는 숨기고 아전인수 해설 #외국인 늘었다지만 1인 지출액은 줄어 #고품격·질적 성장 외쳤던 초심 안 보여

축하할 일이다. 하나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동의하기 힘들다. 불리한 통계는 숨기고 유리한 통계만 나열해서다. 통계 해석도 아전인수 격이며, 자료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관광정책을 조목조목 따졌다.

인센티브 단체는 단체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중국의 방한 단체 관광 금지 조치 지속과 일본 관광객 감소라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달성한 기록.’
26일 발표한 자료에서 정부가 쓴 구절이다. 이 구절에서 일본과 관련한 대목은 사실과 다르다. 올 11월까지 일본인 방문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태도가 갈팡질팡한다. 26일 정부는 ‘개별 관광객 유치 노력에 힘입어 전년 대비 26.1%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23일의 한국관광통계에서는 ‘중국 인센티브 단체(기업 포상여행) 방한 수요 지속 등에 따른 상승세 유지’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단체 관광 금지 조치 같은 어려운 여건을 강조하려다 보니 불과 사흘 전에 발표한 자료와 다른 말을 하고 말았다. 인센티브 단체도 물론 단체 관광이다.

‘역시 1위는 중국입니다. 작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무려 26% 늘었습니다’라는 문장과 ‘방한시장 다변화 정책의 효과로 중국 시장의 의존도가 감소’했다는 문장에서도 정부의 입장은 미묘하게 갈린다. 중국인이 많이 들어와 기쁘다면서도 중국시장 의존도는 넘어서야 한단다. 앞의 문장은 26일 문재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에서 인용했고, 뒤엣것은 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관광전략회의 자료에서 따왔다.

지난 9월 발표한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평가 16위’를 26일 다시 자랑한 것도 남세스럽다. 이 평가의 90개 지표 중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한 지표는 세 개다. 건축 허가 소요시간, 에이즈 유병률, 현금 자동입출금기 수. 하나같이 관광과 직접 관계가 없는 지표들이다. 문체부보다는 국토교통부나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가 으쓱해야 맞다. 한국의 순위가 오른 건 순수 관광경쟁력보다는 관광 통계 보정과 국가 경제력의 덕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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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수지 개선의 진실

[그래픽 문체부]

[그래픽 문체부]

‘관광수지 적자 작년 대비 약 50억 불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
12일 국가관광전략회의 자료에 나오는 구절이다. 정부는 방한 외래객 역대 최고 전망의 효과를 설명하면서 관광수지 개선을 언급했다. 그러나 관광수지는 외래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바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는 관광 지출, 즉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도 크게 줄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출국자 수가 올해 한풀 꺾였다.

지난해 한국인 출국자는 2869만5983명이었다. 올해는 11월까지 2637만1937명이 출국했다. 지난해 12월 출국자 245만 명을 더해도 올해 출국자는 2900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 출국자는 2016년 2238만3190명이었고, 2017년 2649만6447명이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연 200여만 명씩 모두 630만 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만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마다 200만 명 이상 증가하던 해외여행 시장이 작년 수준이라면 현장에서 느끼는 충격은 크다. 해외여행 업계는 올해 같은 불경기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6일 자료에서 ‘외래객 1750만 명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80초마다 1명꼴로 방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산대로라면 2019년 한국인 해외여행자(약 2800만 명)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2초마다 외국에 나간 것이다. 아무리 인바운드(외래 방문객) 시장이 선전하고 아웃바운드(한국인 출국) 시장이 주춤했어도 외래객보다 출국자가 1000만 명 이상 많다. 관광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좁은 시선이 아쉽다.

외국인 1인 지출액은 줄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관광 당국 인사들이 26일 1725만 번째 입국 외래객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문체부]

박양우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관광 당국 인사들이 26일 1725만 번째 입국 외래객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문체부]

정부는 26일 외래객 1750만 명 유치로 관광수입 약 25조1000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 1∼10월 1인당 관광수입이 1233.5달러라는 근거도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불리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다.

‘방한 외래 관광객의 1인 평균 지출경비는 상대적으로 지출 규모가 컸던 중국인(1887.4달러)의 비중 감소와 지출 경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인(791.1달러)의 비중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139.2달러 감소한 1341.4달러로 나타났다.’

5월 8일 발표한 ‘2018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인용했다. 그러니까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2017년부터 해마다 100달러 이상씩 전년보다 적게 쓰고 있다. 2년 사이 외국인 1인의 지출경비는 약 240달러나 줄었다. 그러나 이 사실에 대해 정부는 입을 다문다. 늘어난 총액만 앞세운다. 인바운드 시장이 고부가가치 창출은커녕 싸구려 시장으로 추락하고 있는 오늘, 정부는 역대 최다 외래 관광객 유치를 자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을 외쳤다. 출범 첫 해인 2017년 발표한 관광진흥기본계획에서 정부는 ‘방한시장 고부가화·고품격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 동안의 양적·경제적 성과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질적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방한시장을 고부가화하고 한국 관광의 품격을 높이겠다.’

하여 나는 이 정부의 관광정책이 이전 두 정부와 다를 줄 알았다. 이전 정부들처럼 방한 외국인 수만 세고 있지 않을 줄 알았다. 앞뒤가 다른 말을 할 줄도 몰랐다. 이제는 아니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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