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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만한 '큰바다사자',차가운 바다 놔두고 따뜻한 부산 앞바다에 왜?

중앙일보

입력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사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사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차가운 바다에 사는, 황소보다 덩치가 큰 ‘큰바다사자’(학명 Eumetopias Jubatus) 1마리가 따뜻한 부산 앞바다에 나타났다.

김양식 어민이 25일 발견해 부산시에 신고 #차가운 바다 번식,남해에 온 것은 이례적 #전문가 “동해안 거쳐 먹이 따라 온 것 같다”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5일 오전 7시 30분 낙동강 하구 남해안에서 김 양식을 하는 어민이 큰바다사자 1마리를 발견해 사진과 함께 신고해왔다고 26일 밝혔다. 큰바다사자는 육지인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10㎞가량 떨어진 진우도 앞 김 양식장에 매어놓은 김 채취선에 올라가 있었다. 암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산자연연구소가 사진을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이 생물은 큰바다사자로 확인됐다. 큰바다사자는 포유강 식육목 바다사자과 동물이다. 바다사자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수컷의 몸길이가 약 3.5m, 몸무게 1t 이상이며, 암컷은 몸길이 2.3m에 몸무게 500㎏ 정도이다. 수컷은 웬만한 황소보다 덩치가 크다.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 [사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 [사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얼음이 떠다니는 차가운 바다를 좋아해 시베리아 연안에서부터 캄차카·베링해·사할린·쿠릴열도에서 주로 번식한다. 겨울에는 일본의 홋카이도와 한국 동해안에 드물게 나타난다. 울음소리가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처럼 크고 우렁차다. 어린 개체는 몸 색깔이 흑갈색이었다가 성장하면서 코르크 색깔로 바뀐다.

우리나라에는 번식 장소가 없다. 최근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 큰바다사자는 동해안 심층수를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문어·오징어 같은 먹이를 찾아 남해안의 부산 앞바다까지 온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 [사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 [사진 부산시수산자원연구소]

박종화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 자문위원(수산학박사)은 “지금까지 동해안에서 죽은 큰바다사자를 몇 차례 본 적 있다. 살아있는 큰바다사자가 부산 앞바다에서 관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동해안의 차가운 심층수를 따라 먹이를 찾아 내려왔다가 민물과 만나면서 차가운 편인 부산 앞바다에 잠시 머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는 25일 발견된 이 큰바다사자가 26일 현재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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