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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문재인 케어 성공을 위한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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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하 문케어)의 첫 성적표가 발표됐다. 2018년 전체 병원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은 전년보다 1.1%포인트 높아진 63.8%를 기록했다. 덕분에 국민의 부담이 줄었다니 일단은 좋은 소식이다. 암환자처럼 병원비 부담이 큰 환자와 어린이·노인 등 취약계층의 병원비 부담은 더 많이 줄었다.

암을 포함한 중증·고액질환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년보다 1.5%포인트 높은 81.2%를 기록했다. 병원비 때문에 빈곤에 빠질 위험이 있는 고액진료비 환자도 8만6000명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적어도 중증·고액질환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보장률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네의원의 보장률은 2.3%포인트 떨어졌다. 동네병원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전체 보장률에 비해 낮은 48%에 머물러 있다. 목표로 제시된 보장률 70%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케어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은 비급여 진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상당한 재정투자를 했지만 보장률이 높아지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비급여 진료비 때문이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늘어나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의료이용량에 따라 실손보험료를 할인·할증하고,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비급여 진료 시 환자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비급여 진료가 적절한 의학적 기준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지 않으면 비급여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어렵다. 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는 원인인 실손보험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환자가 진료실에서 처음 듣는 말이 “실손보험 있으세요”인데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몸이 뻐근하다고 도수치료를 받고 피곤하다고 마늘 주사를 찾는 상황을 내버려 둔 채 비급여 진료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료계와 갈등이 있더라도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해 비급여 가격과 진료를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대해서만 실손보험을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연계를 위한 ‘공·사보험연계법’이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제정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모두 노력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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