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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태풍에 비행기 7시간 갇힌 한국인들…"난민캠프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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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판폰' 때문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중부 깔리보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북부 클락 공항으로 회항했다. 사진은 여객기에 갇힌 승객들. [독자=연합뉴스]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판폰' 때문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중부 깔리보 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가 북부 클락 공항으로 회항했다. 사진은 여객기에 갇힌 승객들. [독자=연합뉴스]

크리스마스인 25일 필리핀 보라카이를 강타한 태풍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7시간 동안 비행기에 갇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중부 깔리보 공항으로 향하던 에어아시아 여객기가 현지시간 오후 1시 30분쯤 필리핀 북부 클락 공항에 착륙했다.

지난 24일 필리핀에 상륙한 태풍 '판폰'으로 인한 기상악화 때문이었다. 판폰은 시속 195㎞ 달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으로 이날 필리핀 중부 지역에서는 여객기 결항이 속출했다.

180여명이 탑승한 이 여객기는 당초 인천공항에서 오전 6시 10분에 이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출발이 4시간 지연된 상태였다.

깔리보 공항은 보라카이로 가는 관문 공항이다. 새벽부터 인천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린 승객들은 클락공항에서 또 다시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공항 측이 승객들의 하기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더 커졌다. 해당 여객기 승객 대다수는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탑승객들은 꼼짝없이 여객기에 갇혀 있어야 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승객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음식과 물은 동나고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난민캠프를 방불케 했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복수의 승객들은 "어른들은 그나마 잠을 청하기라도 했지만,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괴로워했다"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승객은 "좁은 공간에 갇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승객은 애초 항공사 측이 출발 지연 소식 등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승객들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여객기에서 내려 항공사 측이 준비한 근처 호텔로 이동했다.

클락공항에 착륙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시간부터 따지면 무려 12시간가량 여객기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대기한 시간까지 합치면 약 16시간을 기다렸다.

항공사 측은 오는 26일 깔리보 공항으로 가는 여객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한편 필리핀은 이번 태풍으로 6명이 실종되고, 주택 붕괴, 정전, 홍수 등이 잇따라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 수만 명이 태풍을 피해 이동하는 등 힘겨운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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