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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검찰 수사 의뢰는 민정수석실 판단 권한”에 법조계 “법원에 가이드라인 내리나”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두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23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두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23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뉴시스]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도 전에 피의자를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에 대한 압력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靑 발표에 법조계 "사법 분리 원칙 어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다”며 “청와대가 이러한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구속영장 청구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기각을 가를 쟁점은 조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중단 결정이 민정수석실의 정상적 업무에 해당하는 지다. 윤 수석이 구속영장 심사를 앞둔 법원을 언급하면서 법적인 쟁점을 정확히 짚어 감찰 중단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셈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뉴시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뉴시스]

청와대의 발표 이후 법조계에서는 “영장심사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과 행정부는 분리된 영역임에도 청와대가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법적으로 재판부가 따질 문제지 청와대가 옳다고 믿는 것을 밝힐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장전담 재판부로서는 부담을 느낄 것이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청와대가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하면서 당시 조 전 민정수석의 결정이 정당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사법부에 대한 압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청와대가 나서서 피의자 입장을 대변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아직 영장심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구체적 비위 내용 통보 안 받아" 

윤 수석은 “유 전 부시장의 당시 비위 혐의를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고 했지만 당시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이 재직하던 금융위원회에 구체적 비위 행위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면서 금융위원회에는 비위 내용은 밝히지 않고 사표 수리만 하도록 통보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청와대 감찰반으로부터 인사에 참고하라는 통보가 왔다”며 “구체적 내용은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명예퇴직금까지 받고 퇴직한 뒤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이 같은 감찰 중단 이후 과정에도 조 전 장관이 관여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국, 비위 알고도 중단 지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본격화와 끝에 모두 관여한 정황을 파악한 만큼 감찰 중단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영장심사에서 강조할 예정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특감반 관계자들로부터 “조 당시 민정수석이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 압수를 지시했고 감찰 과정도 여러 차례 보고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이후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드러나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을 통한 구명 요청이 있었고 조 전 장관이 이를 들어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역시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국, 구명 요구 들어오자 감찰 중단"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한 동기도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내 권력관계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권한을 남용해 감찰을 중단했다고 의심한다.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의 구명 요구가 들어오자 조 전 장관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에게 의견을 전달한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의 영장심사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이르면 26일 밤 조 전 장관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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