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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경화, 총선출마 안한다···'오병세' 이어 '오경화' 되나

중앙일보

입력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0일 “출마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사유와 함께 출마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당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총선 출마를 강하게 요청해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강 장관의 결정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여권 인사도 “이낙연 국무총리도 주변에 강 장관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즉, 총선용 개각 대상에 강 장관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영접 장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영접 장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강 장관 출마설이 불거진 건 지난달 민주당이 서울 동작을과 송파갑에서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동작을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현역 의원이고 송파갑은 박인숙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다. 현역 의원이 여성으로 있는 서울 지역구에서 강 장관의 당선 가능성을 따져본 것이다. 이전부터 강 장관은 나 전 원내대표의 맞상대로 종종 거론되곤 했다. 일종의 한국판 '저격 공천'이다. 같은 여성인 데다 나 전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내는 등 외교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겹치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가상 여론조사 결과가 괜찮게 나왔다”며 “당으로서도 불출마 결정이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강 장관의 불출마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5년 임기를 함께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강 장관은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여성 각료로 손꼽히지만, 발탁 당시만 해도 신선하다는 평가와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강 장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에까지 오르는 등 다자외교 경험은 많았지만, 미ㆍ중ㆍ일ㆍ러 4강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비고시 출신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청와대 정부' 성격이 강한 문재인 정부 내에서 발언권이 과거 외교부 장관보다 약해 '투명인간', '의전장관'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을 깨고 초대 장관 자리를 2년 6개월 이상 지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18개 부처 가운데 장관이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곳은 외교부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세 곳뿐이다. 게다가 강 장관은 이전에는 문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강 장관을 문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물은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고 이희호 여사로 알려져 있다. 강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영어 통역을 맡았다.

2017년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4강 대사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4강 대사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종종 강 장관을 언급하곤 한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영어를 잘하는 장관이 있지 않으냐”며 “TV에서 봤는데, 그 사람을 자주 내보내서 설명하게 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안에서도 “문재인 정부에도 5년 내내 장관을 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선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4년 3개월 동안 자리를 지켜 ‘오병세’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이번엔 '오경화'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지난달 27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외교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지난달 27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외교부]

강 장관이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도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공교롭게 강 장관 교체 시 후임으로 거론되던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도 총선 출마설이 거론됐었다. 민주당에서 서울 동작을에 김 차장도 포함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김 차장은 지난해 2월 통상교섭본부장에서 청와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외교부 장관직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의 4월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강 장관과 공개 충돌한 것이 알려져 불화설이 확산됐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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