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당내 경선 임동호보다 불리” 수상한 단독 공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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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호 08면

“당내 경선에서는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

김기현 “송병기 업무 수첩에 메모” #경쟁 후보 불출마 관련 여부 주목 #검찰, 기획재정부 전격 압수수색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57) 울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고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이 말했다. 송철호(70) 현 울산시장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다른 후보보다 경쟁력이 약했다는데도 단독 후보로 공천받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20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 사건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은 송 시장,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심규명 변호사 3인이 경쟁하는 체제였다. 송 시장은 8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무소속·민주노동당·민주당으로 수차례 당적을 옮긴 탓에 정작 당원 표는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임 전 최고위원은 오랜 기간 지역당 활동을 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이에 따라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 등 경쟁 후보들은 경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경선을 준비했다. 심지어 이들은 지난해 4월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10분간 면접도 치렀다. 그러나 당은 불과 하루 만에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당시 공천관리위 관계자는 “심사 총점 및 공천적합도 조사 점수에서 현격히 차이가 나 단수 후보자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당시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는 송 시장 단수 공천은 당헌·당규를 어긴 행위라고 반발하며 재심신청을 냈으나 중앙당은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당내 경선 과정에 청와대가 얼마나 개입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특히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당내 경쟁자였던 임 최고위원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공천에 개입했는지를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 전 최고위원은 불출마 대가로 일본 오사카·고베 총영사와 울산항만공사 사장, 한국동서발전(울산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사장 등을 주요 직책을 제시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청와대 하명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후보 매수’ 논란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최고위원의 친동생인 A씨가 지방선거 직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활동 외에는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 데다 임명 시기 역시 6·13 지방선거 총선 직후인 지난해 6월 22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씨는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채용됐다”며 “울산 지역당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아는 사람이 있는 것뿐 채용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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