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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품종개량 서두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내 낙농업계가 1마리의 젖소에서 보다 많은 젖을 짜내기 위한 품종개량에 비상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미국에서 젖소의 0.5CC짜리 정액 앰풀을 14만원에 사들여왔다.
겨우 한 방울 값이 2백㎖ 우유팩 1백60개와 맞먹는다. 3천원 안팎인 국산 젖소의 일반 정액보다 50배 가량 비싼 값이다.
두산유업도 올해 안에 개당 1백만원씩 하는 미국젖소의 수정란 80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같이 비싼 값을 주고 사오는 이유는 젖소의 「능력차이」 때문.
지난해 국내 젖소 한마리에서 짜낸 우유량은 5천5백㎏으로 미국의 7천㎏, 일본의 6천㎏보다 크게 뒤진 상태.
우리도 99% 이상을 이미 냉동 정액에 의한 인공수정법으로 번식시키고 있고 수정난 이식을 통한 「시험관 송아지」까지 생산해 내고 있다.
또 젖소 보유수도 60년 2천마리에서 이젠 50만 마리로 불어났다.
그러나 우선 젖소의 품종개량을 위한 좋은 「씨수소」 (종모우)가 없는 게 탈이다.
일반 농가에 인공수정용 정액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축협 유개량 사업소도 보통젖소의 50마리 값인 7천만∼8천만원씩을 주고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씨수소」를 사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수입소도 결코 우수품종은 아니다. 최상품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팔지 않는다.
외국 목축관계자들은 씨수소의 1회 사정액으로 10㏄정도를 물에 타 희석시켜서 2백개의 앰풀로 만들어 팔기 때문에 연간 1마리에서 1만개 이상의 앰풀을 생산, 엄청난 돈을 번다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젖소 품종개량이 시급한 이유는 비좁은 국토에 초지 확대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배합사료도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건초 85%, 사료15%의 이상적인 먹이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젖소 1마리에 초지가 1천5백평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조성비가 60만원이나 든다.
업계는 아예 우수한 젖소의 정액 앰풀이나 수정란을 들여와 좋은 품종을 자체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재 5천5백∼6천금의 연평균 산유량을 92년까지 8천㎏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 같은 능력을 갖춘 정액 앰풀 2천5백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액 자체를 생산할 수 있는 씨수소 개발을 위해 개당 2백 달러 이상의 「슈퍼앰풀」도 최근 1백개를 들여왔다.
두산유업은 우수품종의 암·수가 결합돼 있는 수정란을 도입, 「저 능력 젖소」에 이식시키는 품종개량법의 추진에 나섰고 한국낙농·매일유업·서주 산업 등도 최근 품종개량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품종개량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개량 사업소는 자체 품종 개량사업 외에 일반농가 보유 젖소를 상대로 한 「족보 만들기」 사업도 병행한다는 방침.
즉 수소가 아무리 좋아도 새끼 능력의 50%를 결정하는 암소가 품종 보급차원에선 더 중요하고 특히 수소의 형질에 맞는 암소가 따로 있기 때문에 암소의 기록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이 같은 사업들은 1∼2년 사이에 성과가 나타나진 않지만 우리 낙농업계가 제2의 도약을 위해선 넘어야할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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