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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수험생 잡아라…입시산업 대 호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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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수생을 잡아라』
대입열풍을 타고 재수생을 등에 업은 학원·참고서출판사·시청각 교재업계 등 이른바 「입시산업」이 호황이다.
특히 학원은 밀려드는 수강생들을 처치하지 못해 선발하며 수강생이 서울대의 학생 수 2만4백44명보다 많은 거대기업화의 학원들이 속속 생겨나 「입시대비 기업학교」로 새롭게 위치를 굳히고 있다.
지난 8월26일 오후5시쯤 서울 D학원 1층 접수창구. 2백 명을 뽑는 편입생모집 응시원서를 내던 재수생 M군(19)은 자신의 접수번호가 2천 번이 넘어 깜짝 놀랐다.
『학원편입생모집 경쟁률이 11대1이 웃돌 줄은 몰랐어요. 접수는 했지만 시험 칠 자신이 없어요.』
아무리 시험을 친다지만 그래도 설마 하며 접수했다가 낭패감을 느낀 M군은 접수용지를 구겨 호주머니에 넣고 터벅터벅 학원 문을 나섰다.
혼자 공부하고 싶어도 학원에 안 나가면 남들에게 뒤지는 듯한 초조·불안감을 견딜 수 없다는 게 재수생들의 한결같은 고민.
지난 1월26일 오후7시쯤 노량진 1동 대입단과학원인 H학원앞길에서 이 학원의 영어· 수학과목 인기강좌 수강신청을 위해 한꺼번에 1천여 명이 몰려와 혼잡을 빚어 학원 측이 접수 연기를 알리자 이에 항의, 밤샘농성을 벌인 사태는 「학원도 문이 좁다」는 것을 여실히 새겨준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대입수험생이 지난해 보다 9만 명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전국의 재수생도 28만여 명으로 76년 4만 명보다 무려 7배나 늘어났기 때문. 게다가 올 여름부터 재학생 학원수강이 허용되면서 타는 불에 기름 붓는 격이 됐다.
입시학원은 서울의 경우 63개로 1년 새 12개가 늘어났으며 수강생도 15만 명을 웃돌아 전국의 절반을 넘는다.
이중 서울N학원은 정원이 1만7천여 명으로 돼있으나 올 여름방학 땐 수강생이 2만 명에 달했고 서울중구 D학원은 정원2천7백 명에 2만1천 명까지 수강생을 받은 거대기업.
D학원처럼 정원보다 9배나 초과해 수강생을 받은 경우나 정원1천10명에 9천15명을 받은 동대문구C학원 등이 바로 학원가 입시호황 열풍의 단면이다
지난1월부터 T학원 종합반에 다니는 재수생 Y양(19·서울창신2동)은 연간 수강비만 1백여만 원 (입학금5만원·수강료75만원·교재 및 모의고사비 10만원(기타 5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에 따라 28만3천8백90 명의 재수생 중 60%가 학원에 다닌다고 추산하면 입시학원의 연간시장규모는 1천5백억 원선. 여기에 2백30만 명에 이르는 고교재학생의 수강과 속셈· 예능·고시학원 등까지 포함할 경우 줄잡아 3천억 원 정도는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학원관계자들의 말이다.
올해로 3수 생인 L군(20)은 석 달 전 종합반을 그만두고 C단과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교재비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L군이 올해 구입한 각종 참고서는 방송교재·학원교재를 포함, 모두 4O여권. 15만원이 넘는다. 과목당 4권 꼴로 재·삼수생 치고 이 정도는 보통이다. 한 조사결과 중·고교생의 경우도 영·수·국은 과목당 2∼3권의 참고서를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공부통계로는 지난해 7천7백56만 부의 참고서가 발행돼 평균 1권에 3천5백원씩 계산할 경우 2천7백억 원 상당의 시장을 형성했다.
새로운 입시산업으로 각광받고있는 시청각교재와 학습지의 매출 신장도 대단하다. 지난해 12월부터 학습용 비디오 테이프의 제작이 허용된 후 K사 등 대기업까지 뛰어든 것을 비롯, 26개 사가 성업 중 각축전을 벌이고있다.
학습용 비디오 테이프는 대학생의 방학중 과외허용조치와 때맞춰 대입문제풀이가 쏟아져 나와 시장도 연간 1천5백억 원 정도다.
가격은 세트 당 3만3천 원에서 최고 62만원 짜리 까지 다양하며 S교재사는 테이프 판매후 문제지 발송·전학·방문지도 등 아프터서비스를 통해 고객관리를 철저히 한다. 이같이 고객관리를 하지 않으면 단과반 학원·독서실 그룹지도 등에 「고객」을 빼앗기기 때문.
호황만큼 각축전도 치열한 학원·참고서·시청각 교재 등 입시산업 3사의 연간 시장은 5백억 원대의 학습지 시장을 합쳐 8천억 원 선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 같은 영향으로 서울강남에만 올 들어 「○○교육원」등 간판을 내걸고 번창하는 무인가 소규모 그룹과외학원이 2백여 개나 생겨났다.
주택가로 스며드는 무허 학원의 변태영업, 인가학원들은 버젓이 인원초과를 일삼으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으나 「단속행정」은 부재상태다.
무허·변태·탈법의 입시산업 「지하경제」속에서 재수생과 재학생들의 대입열기는 더해만 간다.<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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