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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승 금자탑 위 감독…여전히 위를 향한 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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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위성우 감독. [사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 우리은행]

“딱 하루만 기뻐했어요. 벌써 선두 경쟁 모드로 돌아왔습니다. 제 스타일 아시잖아요.”(웃음)

여자프로농구 첫 기록 위성우 감독 #선수 때 벤치서 경기 읽는 눈 키워 #훈련은 독사처럼 경기에선 승부사 #대기록보다 우승 트로피 더 원해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8·사진) 감독은 대기록 수립 다음 날부터 다시 우승만 생각한다. 위 감독은 18일 홈에서 열린 2019~20시즌 부천 KEB하나은행과 정규리그 경기에서 76-72로 이기고 개인 통산 200승(50패) 고지를 처음 밟은 사령탑이 됐다. 종전 기록은 임달식(55) 전 신한은행 감독의 199승(61패)이었다. 우리은행은 10승2패로 청주 KB스타즈와 공동 선두다. 위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깜짝 축하파티를 열어줬다. 케이크와 작은 순금 농구공을 선물 받았다”며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라,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라서 쑥스러웠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타고난 것 같은 지도자다. 하지만 사실은 한눈팔지 않고 지독하게 뛴 게 성공 비결이다. 위 감독은 선수 시절 만년 식스맨이었다. 평균 13분11초 출전에 3.4득점.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로서는 억대 연봉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래도 연습을 거른 적은 하루도 없었다. 위 감독은 “농구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스타도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실전처럼 연습했고, 벤치에서는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이긴 것 역시 한 경기 한 경기 눈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2012~13시즌, 위 감독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올빼미 지옥훈련’으로 선수들을 달달 볶았다. 쉴 새 없이 호통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훈련 중독자’의 모습이었다. 급기야 선수들은 그를 ‘독사’라고 불렸다. 부임 첫 시즌에 ‘만년’ 꼴찌 팀 우리은행을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위성우 감독. [사진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 우리은행]

위 감독은 우리은행에서 매 시즌 신기록을 쓰고 있다. 개막 최다 연승(16경기, 2014~15시즌), 역대 최소 경기 우승(28경기, 2015~16시즌), 역대 최고 승률(94.3%, 2016~17시즌), 챔피언 반지 최다 보유(6개, 2012~18년) 등이다. 이 정도면 ‘기록 제조기’다. 위 감독은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던 나는 별 볼 일 있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며 “이기겠다는 생각만 했다. 8년 전 우리은행에 왔을 땐 ‘이런 날이 올까’ 생각만 했다”며 웃었다.

200번의 승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데뷔전(KDB생명전)이다. 위 감독은 “1~4쿼터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너무 긴장해서 경기 끝날 때까지 선수 교체를 한 번도 못 했다. 완전 초보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 경험이 없다 보니, 살은 쭉쭉 빠지고 밥은 한 공기도 먹어내질 못했다”며 “시즌 중후반엔 병원에 한두 시간 입원해 링거주사 맞고, (선수들이 동요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벤치에 다시 앉았다”고 말했다.

그때와 200승 고지에 오른 지금은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을까. 위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는 실전은 물론이고 연습경기에서 져도 일희일비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감독 밟기’ 챔피언 세리머니를 쉬었다. 우리은행이 7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감독으로는 처음 200승 고지에 오른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도 우승해서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밟히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자는 부담이 없다. 우리 팀이 생각보다 페이스가 좋다”며 “마지막까지 KB와 경쟁해 우승을 노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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