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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체험하세요"…에어비앤비 칠레 시위 투어상품 '뭇매'

중앙일보

입력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칠레 시위를 체험하는 투어 상품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18일(현지시간) 엘디나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최근 '칠레 혁명 체험'이라는 두 시간짜리 투어 상품을 내놨다.

26달러(약 3만원)짜리 이 상품은 지난 10월부터 이어지는 칠레 시위의 중심지인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 일대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투어 진행 시 가이드는 간략하게 칠레 역사를 설명하며 생수와 최루탄·고무탄을 피할 고글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투어 기획자인 세바스티안 니에토(30) 칠레에서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칠레를 찾은 외국인들이 시민들의 시위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상품을 개발했다.

그는 엘디나모에 "시위 현장을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사진을 찍는다. 시위도 하나의 이벤트"라며 "사회적 배경도 매우 중요하지만 유희적인 요소 역시 있다"고 말했다.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에어비앤비에 이 상품이 소개되자마자 칠레 안팎에서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칠레 시민들의 투쟁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시위 현장에 최루탄·물대포가 등장하기도 해 안전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현지 누리꾼들은 "에어비앤비가 칠레의 사회적 투쟁으로 돈을 벌려 한다"며 "우리의 권리와 싸움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에어비앤비는 이 상품을 웹사이트 등에서 내렸다.

에어비앤비는 칠레 매체 비오비오칠레에 보낸 성명에서 "고객과 호스트의 안전은 에어비앤비의 최우선 사항"이라며 "이 투어 상품과 호스트가 에어비앤비 규정과 사회 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아 더는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칠레에서는 사회 불평등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두 달간 이어지면서 26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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