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교사에 욕설"···'정치 편향' 제기 학생들 징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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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학수연 소속 최모(18)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학수연 소속 최모(18)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서울 인헌고가 일부 교사들의 ‘정치 편향’ 의혹을 제기했던 3학년 김모(18)군과 최모(18)군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관련 시위 도중 교감 등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이유다.

학교 측에 따르면 최근 인헌고는 두 학생에게 ‘학교위원회 학부모 출석통지서’를 보냈다. 학교 측은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 앞과 4일 학교 정문 및 교내에서 두 학생이 교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고 이 장면을 유튜브 영상으로 생중계했다고 한다.

이날 학교 관계자는 “지난 3일 교육청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교감이 두 학생을 마주쳐 인사를 하려 했는데 시위 중이던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 둘러싸인 채 폭언과 협박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저히 이야기 나누기 힘든 상황이라 학생들과 인근 카페로 들어갔는데, 두 학생과 주변 사람들이 폭언을 이어갔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군은 교감의 팔을 잡고 최군은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반일강요 및 탈원전운동 학생운동 인헌고등학교 교장 및 교사 직권남용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반일강요 및 탈원전운동 학생운동 인헌고등학교 교장 및 교사 직권남용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다음날인 4일 오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두 학생은 학교 정문에서 ‘정치 편향 교육’을 했다는 지목을 받은 교사의 승용차를 가로막고 자신들이 준비한 사과문에 서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두 학생의 행위가 학교생활 규정에서 금지한 ‘교권을 고의로 침해한 행위’와 ‘타인의 신상 정보를 도용하거나 불법 거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 부모들에게 학교생활교육위원회 소위원회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징계 절차에 앞서 학부모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학교 측은 학생 측과 일정을 조율해 26일 심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의 최모(18)군이 무기한 농성을 들어간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 교문 앞에서 전국학생수호연합의 최모(18)군이 무기한 농성을 들어간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최군은 지난 10일 열린 이 학교 학폭위에서 서면사과와 사회봉사 15시간, 특별교육 5시간의 조치를 받았다. 특별교육엔 최군의 부모도 대상이 된다. ‘정치편향 교육’ 의혹을 제기하면서 학교 마라톤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등장하는 여학생들이 최군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면서 학폭위가 개최됐다.

학교 관계자는 “학폭위가 최군이 해당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기를 꺼리는 개인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정신적 피해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군은 “공식적인 행사기 때문에 얼굴이 나온 상태로 업로드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해당 학생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이후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면서 “그런데도 영상을 내리라고 하는데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학교 폭력이라고 하는 건 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부터 최군은 학교 정문 앞에 설치한 텐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학교 측이 공식으로 사과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군 측은 학폭위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함께 학폭위 위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우림·전민희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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