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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ICBM 레드라인에 트럼프는 군사옵션 레드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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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왼쪽)가 18일 일본 외무성으로 들어가고 있다. 비건 대표는 19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왼쪽)가 18일 일본 외무성으로 들어가고 있다. 비건 대표는 19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강도 도발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군사옵션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레드라인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장거리 미사일로 선을 넘기만 해 보라”며 역시 레드라인을 그은 셈이다.

미 공군 “북 장거리 미사일 예상 #과거 대응조치 살펴보고 있다” #비건 일본서 예정없던 베이징행 #북 최선희와 만남 가능성 주목

미 군사안보 전문 매체인 디펜스 원 등에 따르면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기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사령관은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활동들이 (서해 위성 발사장에)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있던) 2017년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했던 많은 조치가 있고, 굉장히 빨리 이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dust off)”고 말했다. “우리는 과거에 했던 모든 것들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다.

브라운 사령관의 발언은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우리를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14일 담화)이라고 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그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스스로 정한 핵·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유예를 번복한다고 발표만 하고 미사일을 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면서다. 이럴 경우 사실 군사적 도발은 아닌 셈이다.

미국은 대중 압박도 병행하는 조짐이다. 15~19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할 예정이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지명자)는 일정을 늘려 19~20일 중국을 방문한다.

예정에 없던 방중에는 두 갈래 메시지가 담겼다. 우선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중국이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주유엔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날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지시했고,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믿게 했다”고 적었다. 이번에 비건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업적으로 꼽는 핵·ICBM 모라토리엄이 깨질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추가 도발 시 강력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비건 대표의 방중 목적으로 보인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선을 넘으면 미국은 다시 최고의 압박을 추진할 것이고, 중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세컨더리 제재(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 개인도 제재)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중국의 금융권도 때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베이징 외교가에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전격 방중해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스톡홀름에서 북·미 대화를 주선해 준 것에 대해 각별한 감사를 드리며 반드시 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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