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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올 최고의 소설·詩를 두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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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째를 맞는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수상 작품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2003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시인 최승호(49)씨의 수상작 '텔레비전'을 비롯, 최종심에 올랐던 시인 10명의 시 60여편이 실렸고, '2003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소설가 방현석(42)씨의 수상작인 중편소설 '존재의 형식' 등 최종심에 올랐던 소설가 9명의 중.단편 9편이 실렸다.

황순원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던 소설가 이인성씨의 중편 '악몽여관 407호-이야기의 시작, 시작의 이야기'는 작가 사정으로 실리지 않았다. 각각 5명으로 구성된 미당.황순원문학상 최종심 심사위원들은 숙의 끝에 이의 없이 '텔레비전'과 '존재의 형식'을 수상작으로 정했지만 의견 일치까지 가는 과정에는 진통이 있었다. 수상작들에 버금가는 수작들이 많았던 탓이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해설에서 최씨의 시 '텔레비전'이 TV 화면과 하늘을 겹쳐놓아 기묘하게도 서늘한 이미지를 주는, 21세기 한국 문화의 기상도를 전반적으로 압축한 시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성복의 시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노래는'은 시인 자신에 대한 천착을 바탕으로 의식의 미세한 세계에 끊임없이 메스를 가하는 칼의 날카로움을 지녔다는 점에서, '냉장고' 등을 최종심에 올린 김혜순은 그 칼의 날카로움이 자아의 해부로부터 여성성의 본질, 여성과 세계, 사물과의 관계로 확대되면서 번득인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어떤 출토' 등이 심사 대상이었던 나희덕은 관찰의 깊이와 표현의 능숙함, 깨달음의 경지와 연결된 시적 기법 운영이 경이로와 한국시의 앞날을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박형준은 감수성과 비상(飛翔)의 날렵함이 범속한 주변 풍물에 서정적 색채를 입힌다는 점이 인정됐다.

황순원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들도 편편이 주목 대상이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수상작품집 해설에서 김영하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유려하고 빈틈없고, 심지어 아기자기하고. 문체에서도 유머가 넘쳐'난다고 평했다. 또 노인성 문학계에 속하는 이청준의 '꽃지고 강물 흘러'는 영락없는 고수의 솜씨이고 천의무봉이며 꾸며낸 흔적이 전무해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같은 '노인성'인 최일남의 '석류'는 인간의 마음의 무늬, 속내를 포착해 한국어로 그려내 한국어 '석류'라는 낱말이 실물보다 월등히 생생하다는 느낌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작품 잘 보는 작가.평론가들이 해마다 7월 초에 시작, 두달여에 걸쳐 최근 1년간 30여개 주요 문예지에 실린 모든 작품들을 검토하는 미당.황순원문학상 심사는 말 그대로 '한해 동안 쓰여진 가장 빼어난 중.단편 소설과 시 한편'을 뽑는 과정이다. 때문에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들은 2002~2003년 한국문학의 기상도를 전반적으로 압축한다. 수상작품집은 그런 점에서 한국문학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작품집 말미에 각각 미당의 시편들과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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