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죽음으로 취소된 경주 20일 강행…노조 “7억원 벌겠다고 유가족 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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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가 오는 20일 보전 경주를 열기로 결정하자 공공운수노조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전 경주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마사회가 오는 20일 보전 경주를 열기로 결정하자 공공운수노조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전 경주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마사회가 오는 20일 보전 경주를 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보전 경주는 지난달 29일 고 문중원 기수의 극단적 선택으로 취소된 11개 경주다.

고 문중원 기수 죽음으로 지난달 29일 11개 경주 취소 #마사회 오는 20일 보전 경주 열기로 결정 #유족 “3가지 요구사항 받아들여질 때까지 장례 유예” #

공공운수노조는 16일 부산 강서구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의 보전 경주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정찬무 조직쟁의국장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유족들이 장례조차 치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마사회가 단 하루의 경주 손실도 보지 않겠다며 보전 경주를 강행하고 있다”며 “투전판으로 변해가는 부산·경남 경마 공원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12월 20일은 연간 경마 운영계획에 예정된 휴장 일정으로 경마기수뿐 아니라, 말 관리사와 시설 운영관리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11개 경주 취소로 인한 마사회의 손실은 7억4400만원이다. 경마공원이 있는 서울·부산·제주에서 한해 열리는 경주는 2701회이며, 마사회의 순이익은 1827억원이다. 단순 나눔으로 계산하면 1경주당 마사회의 이익은 6760만원이다. 정 국장은 “11개 경주 취소로 인한 마사회의 손실은 2018년 순이익 기준으로 0.4%에 불과하다”며 “7억원을 벌겠다고 보전 경주를 하는 것은 유가족을 우롱하는 처사다. 문 기수의 장례를 치른 뒤 내년에 보전 경주를 해도 늦지 않다”고 반발했다.

유가족과 노조는 3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일 때까지 문 기수의 장례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3가지 요구사항은 문 기수가 당한 갑질과 마방대부심사의 부조리 규명, 문 기수의 유서에 등장하는 경마처장 등 책임자 처벌, 서울처럼 ‘부가순위상금’ 도입으로 고정 급여 보장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다. 무한경쟁체계가 도입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경주 결과에 따라 기수마다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경주 출전을 못 하는 기수는 월 최저 150만원의 수입이 전부다.

정 국장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은 무한경쟁체계가 도입돼 기수 간 경쟁이 심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2005년 개장 이래 4명의 기수와 3명의 말 관리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도 달라진 것이 하나 없다”고 지적했다.

마사회가 오는 20일 보전 경주를 열기로 결정하자 공공운수노조가 16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마사회가 오는 20일 보전 경주를 열기로 결정하자 공공운수노조가 16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노조는 오는 18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마사회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지금까지 노조와 마사회는 두 차례 대화했지만, 양측 간 입장차가 커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 국장은 “마사회가 오는 20일 보전 경주를 강행하면 노조는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휴장 기간은 예비 경마 기간이기 때문에 노동권 침해 문제는 없다”며 “보전 경주를 해서 상금이 나가도록 원하는 일부 구성원이 있어 보존 경주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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