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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합의 지적 우려한 中 “내재적 수요에 부합” 강조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후 11시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국무원신문판공실 제공]

13일 오후 11시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국무원신문판공실 제공]

 미국과 중국이 13일 무역 협상 1단계 합의를 달성했다. 중국 협상 대표단은 이날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갖고 서문,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식품 및 농산물, 금융서비스, 환율과 투명도, 무역확대, 양자 평가와 분쟁해결, 최종 조항 등 총 9개 장으로 이뤄진 1단계 협정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번 합의가 “미·중 양국과 세계 인민의 근본 이익에 유리하다”며 “무역·투자·금융 시장 등 방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서우원(王受文) 미·중 무역협상 부대표 겸 상무부 부부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미·중 제1단계 무역 합의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번 협의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심화하는 큰 방향과 중국이 추진 중인 경제의 질적 발전이라는 내재적 수요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처럼 “평등과 상호 존중 원칙”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불평등한 조약을 맺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추가 관세의 완전한 철폐 요구를 관철하지 못했다. 왕 부부장은 “미국은 단계적으로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추가관세를 취소하기로 약속했고, 추가관세율을 높이지 않고 낮춰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추가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더는 관세율을 높이지 않는 데 합의하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랴오민(廖岷) 재정부 부부장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관세 면제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에 대해서 미국이 별도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1단계 합의문의 서명은 추가 논의를 거쳐 이뤄질 전망이다. 왕 부부장은 “양측은 각자 서둘러 법률적 심의와 번역, 교정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정식으로 협의문에 서명하는 구체적 절차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기로 약정했다”고 밝혔다. 서명 주체와 시간 및 장소에 대해 랴오부부장은 “법률적 검토와 번역 대조 등 필요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후 다시 시간과 장소, 형식 등 서명에 대해 협의할 것이며 중국은 미국의 의견을 무척 듣고 싶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오는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서명 후보지로 꼽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싫어하는 중국이 정상급 서명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심을 모았던 미국산 농산물의 구매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500억 달러(약 58조7000억원)로 알려진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가 협정문에 명기됐는지 여부에 대해 한쥔(韓俊) 농업농촌부 부부장은 “이번 협의 실시 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대폭 증가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이는 중국 국내 농산물 공급 부족분을 채우는 데 유리하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 1년간 수입하는 대두는 9000만톤 내외로 85%가 수입에 의존한다면서도 구매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5월 미·중간 합의 직전에 파기된 이유로 알려진 ‘감독 시스템’에 대해서도 중국은 말을 아꼈다. 랴오 부부장은 관련 질문에 “2단계 협상은 1단계 협의의 시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며 “우선 급한 일은 이번 협의에 서명하고 시행을 잘하면서, 무역협력의 촉진과 양국 국민의 복지 증진, 글로벌 시장의 안정 등 세 가지 사항을 협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2단계 협상 시점 등에 대해서는 실무진이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이는 데 그쳤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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