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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제한속도 달라졌는데…표지판엔 50㎞, 내비엔 60㎞ 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서울 마포로에서 자가용을 운전하던 A씨는 혼란스러웠다. 운행 제한속도가 도로에 설치된 교통안전표지판엔 시속 50㎞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에는 이전처럼 60㎞로 표기돼 있어서다.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20일부터 시속 50㎞ #표지판 90% 교체, 내비는 이전 제한속도 표시 #경찰·업계 “표지판 교체 완료 후 속도 변경” #경찰, ‘제한속도’ 빅데이터 플랫폼 최초 구축

이처럼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내 거의 모든 구간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마포로의 제한속도는 얼마가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는 시속 60㎞가 맞다. 하지만 이달 20일부터 시속 50㎞ 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내년 3월쯤부터는 최저 3만원에서 최고 17만원의 과태료(차량 소유주)나 범칙금(차량 운전자)을 물린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이달 20일부터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내 모든 구간에서 차량 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제한한다. 도봉~미아로(거리 15.1㎞), 천호대로(15.4㎞), 강남대로(5.5㎞), 종로(6.2㎞), 경인~마포로(15.2㎞) 등 14개 구간 전체가 대상이다. 현재 구간에 따라 제한속도는 시속 50~60㎞다.

서울 종로 구간 중앙버스전용차로. 이달 20일부터 운행 속도가 50km 이하로 제한된다. 임현동 기자

서울 종로 구간 중앙버스전용차로. 이달 20일부터 운행 속도가 50km 이하로 제한된다. 임현동 기자

서울시는 이들 구간의 교통표지판, 노면 표시와 같은 시설물을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다. 현재 약 90%가 이달 20일부터 달라지는 제한속도로 변경됐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이 판매하는 내비게이션에는 아직 달라진 속도가 반영되지 않았다. 교통표지판과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운행 제한속도가 달라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다.

경찰과 내비게이션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업체 측에 변경되는 제한속도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업은 이렇게 받은 데이터로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한다. 한 내비게이션 업체 관계자는 “아직 변경 제한속도 시행 이전이어서 경찰로부터 데이터를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체 차원에서 변경 데이터를 수집해 업그레이드 하기도 한다. 이달 20일 50km이하 제한 시행을 앞두고 변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속 50 km 제한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판. [서울시]

시속 50 km 제한을 알리는 교통안전표지판. [서울시]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표지판과 내비게이션 정보를 일치시키기 위해 업체들은 표지판 교체 전체가 완료된 이후에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한다”면서 “업체에 따라 달라진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서 내비에 따라 편차가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은 차가 다니는 전국 모든 도로의 제한속도를 한 자리에 모아 민간에 공개하는 ‘속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제한속도를 공공데이터로 제공하는 이런 온라인 플랫폼은 국내 최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업체·시민 누구나 정보 접근을 손쉽게 만들어 운전자가 내비게이션만 보고도 제한속도를 정확히 파악해 속도를 준수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국 각 지역 경찰청에서 제한속도 데이터를 입력 중으로 약 50% 완료됐다.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운행속도 시속 50 km 제한 구간.[서울시]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운행속도 시속 50 km 제한 구간.[서울시]

서울시는 내년까지 도시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서울시 전체 간선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낮춘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2021년 4월부터 전국 도시부 도로(간선도로)의 제한속도는 기존 시속 60㎞에서 50㎞로 낮춰진다. ‘속도 관리 시스템’에는 이처럼 달라진 제한속도 데이터가 반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년 말쯤엔 제한속도 50㎞ 표지판 교체도 거의 완료될 것 같아 이에 맞춰 시스템 완성도 내년 말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책에 따라 제한속도가 또 달라지면 업데이트도 쉽게 할 수 있다.

경찰은 앞으로 이 시스템을 실제 주행속도와 사고 건수 등도 반영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일종의 ‘속도와 사고 빅데이터’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와 주행속도가 거의 일치하고, 사고도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 제한속도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는 식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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