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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사권 조정에 독소"···검찰국장, 패트 표결 전 의원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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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성윤 검찰국장(왼쪽)이 출석해 있다. 이 국장은 최근 여야 의원들을 만나 수사권조정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했다.[연합뉴스]

지난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성윤 검찰국장(왼쪽)이 출석해 있다. 이 국장은 최근 여야 의원들을 만나 수사권조정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했다.[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여야 협상을 앞두고 이성윤(57·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의원들을 만나 기존 패스트트랙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윤 검찰국장, 패트 표결 앞두고 의원 접촉 #"패트 법안에 독소조항 많아" 박상기 플랜 제시 #경찰 강력 반발 "檢·법무부가 수사권조정 훼방"

정부 입장을 대표하는 법무부가 지난 4월 당·정·청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에 상정한 수사권조정 법안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패트 법안에 독소 있어"

법무부의 검찰 업무를 총괄하는 이 국장은 최근 여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현행 수사권 조정 법안의 독소조항이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법무부의 5쪽짜리 의견서를 전달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법무부 '수사권 조정 패트 법안 보완 요청 사항'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검찰의 경찰 보완수사 지시 강화 ▶경찰 수사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강화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인정 등을 제안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왼쪽)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왼쪽)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의 의견은 최근 대검이 국회에 제출한 수사권 조정 법안 개정 의견서와 유사하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조정 법안 표결을 앞두고 '원안 유지(경찰)와 개정 필요(검찰)'로 충돌하는 가운데 법무부도 법안 개정 필요성을 밝힌 것이다.

경찰 내부에선 "법무부와 검찰이 여야가 합의한 패스트트랙 법안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강한 반발이 나왔다.

법무부 '박상기 플랜' 제시 

국회에서 수사권조정 법안을 논의 중인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소속 야당 위원은 "법무부가 제시한 개정안은 지난 5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에 전달한 보완책과 거의 똑같다"며 "이미 청와대와 협의를 마친 내용이란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4+1' 협의체 여당 협상 대표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에서 의견서를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여지를 뒀다. '4+1' 협의체에선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4+1'의 대안신당 협상 대표로 참여 중인 천정배 의원은 "현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서 공수처와 청와대간 수사 지휘 및 보고 등을 금지한 내용만 협상을 마친 상태"라며 "수사권 조정안은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전달한 의견서 등을 바탕으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檢 경찰통제 강화해야"

법무부의 '패트 법안 보완 요청 사항'에 따르면 법무부는 '독소''수사공백''사법통제의 중요성'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현행 패트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여야 4+1 사법개혁 협의체 회의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정의당 여영국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연합뉴스]

여야 4+1 사법개혁 협의체 회의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정의당 여영국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연합뉴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의 직무범위로 규정된 범죄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안에 경찰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조항에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이란 문구도 삭제토록 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검찰 요청이 있을 경우 송치토록 했으며 검찰의 피신조서 증거능력도 인정(패트 법안은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靑 협의 마쳐" 與 "우린 아냐"

이는 모두 지난 5월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에게 패트 법안을 보완하겠다며 보낸 이메일에서 밝힌 내용이다. 법무부에서 박 장관을 보좌했던 검찰 간부는 "박 전 장관의 제안은 청와대와도 협의를 마쳤던 내용"이라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대해선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1일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이 합의문에 서명하는 모습을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21일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이 합의문에 서명하는 모습을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대검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법무부 제안에 더해 ▶선거와 대형재난,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 수사의 검찰 통제 강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징계요구권 강화 ▶검찰이 기각한 경찰 영장을 재논의하는 영장심의위원회 폐지 등이 추가됐다. 대검 관계자는 "큰 틀에선 법무부와 대검 안의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檢 의원 접촉은 정치개입"

검찰에 이어 법무부에서도 수사권 조정 법안 개정을 위해 여야 의원을 접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에선 검찰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검찰 구슬러 검경수사권 흔들려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입법기관인 검찰이 의정활동에 개입하면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검찰 구슬러 검경수사권 흔들려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입법기관인 검찰이 의정활동에 개입하면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검찰 간부들이 여야 의원을 만나 법안의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을 '검찰의 정치개입'이라 규정했다. 이어 "입법에 관여할 수 없는 검찰이 다시 또 그런다면 검찰의 정치 개입 실체를 낱낱이 드러낼 것"이라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이 대표에겐 의원을 만나는 경찰과 법무부 간부는 안 보이고 검찰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는 "법무부는 입법의 주체지만 검찰은 아니다. 두 기관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에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의원들을 만나는 것에 비하면 검찰은 정말 조심하는 것"이라며 "법안의 영향을 받는 해당 기관이 의견을 밝히는 것은 논의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복수의 경찰청 관계자들은 "법무부는 자신의 장관이 서명한 법안을 부정하고, 검찰은 국회에서 입법 방해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법무부와 대검 모두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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