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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소통·칭찬...벨의 리더십이 몰고 온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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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감독이 단기간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콜린 벨 감독이 단기간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열정, 소통, 칭찬.

동아시안컵 중국전 0-0무 #빠르고 세밀한 축구 시도 #자신감 주고 배려하는 감독 #선수단 긍정 에너지에 감동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 콜린 벨(영국) 감독의 리더십이 2019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 초반 주목을 받고 있다. 벨 감독은 10일 자신의 데뷔전으로 치러진 대회 첫 경기 중국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최근 중국을 상대로 4연패를 기록 중이던 한국은 아시아 최강 중국을 상대로 시종일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또 한국 여자 대표팀의 A매치 무실점은 3월 뉴질랜드와의 4개국 친선대회 경기(2-0 승리) 이후 9개월, 경기 수로는 9경기 만이다.

벨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않았다. 그는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서 선수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며 지시하고 독려했다. 만족스런 플레이가 나오면 힘차게 박수를 보냈고, 후반 손화연(창녕WFC)이 발을 높이 들었다고 경고를 받자 부당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벨 감독은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다. 그는 중국전이 끝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행복하다"고 첫 마디를 한국어로 말했다. 제자들을 향한 칭찬이자 배려다.

주장 김혜리(현대제철)는 "한국어로 '넌 할 수 있어'라거나 '믿는다' 같은 말을 자주 해 주신다.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팀 전체적으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공격수 여민지(수원도시공사)는 "감독님이 '맛있게 먹어', '수고했어', '저는 행복해요' 이런 말을 자주 하신다"면서 "그런 모습에 분위기가 더 좋아진다. 감독님은 재미있고, 유쾌하다"고 귀띔했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활동량에서 압도했다. 실수가 있었지만, 짧은 패스와 빠른 공수 전환을 시도하며 전술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보였다. 나아가선 골 찬스를 몇 차례 만들어내는 수확을 거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장창(서울시청)이 날카로운 킥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 여자대표팀의 지아쉬취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많이 배웠다"면서 "한국 대표팀도 좋은 경기를 펼쳤다. 단시간에 발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벨 체제에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인 여자 대표팀은 2005년 원년 대회 우승 이후 1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15일 대만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른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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