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송 부시장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의혹 제보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모 전 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리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다.
靑 제보 당시 사용한 캠프 PC 등 포렌식
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송 부시장의 PC·외장하드·차명폰 등을 분석해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누구와 논의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을 처음으로 소환 조사한 6일 송 부시장의 집무실 등을 10시간여 압수수색해 방대한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들어간 PC와 외장하드 등은 송 부시장이 2017년 8월쯤 송철호 울산시장이 출마하기 전부터 비공식 선거캠프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송 부시장이 문 전 행정관에게 제보를 한 시점은 2017년 10월이다. 송 부시장이 캠프에서 일하던 때다.
검찰 "송병기, 네거티브 담당" 판단
검찰은 송 부시장이 선거 캠프에서 정책 개발과 함께 네거티브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맡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2017년부터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작성한 업무일지와 회의기록 등도 확보한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압수물 분석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다음날인 7일부터 곧장 압수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하고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엔 가명을 사용해 세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만큼 이를 기록으로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송 부시장이 선거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송 시장에게 보고하거나 논의한 흔적을 남겼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소환 속도…'청와대 진술 가이드라인' 의심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소환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제보를 받아 이를 첩보 형태로 정리한 문 전 행정관을 소환한 데 이어 6일과 7일에는 송 부시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문 전 행정관과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제보를 놓고 일부 엇갈리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다만 두 사람의 진술은 전반적으로 청와대가 내놓은 공식 해명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의 입장이 일종의 ‘진술 가이드라인’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팀은 객관적 사실관계와 두 사람의 진술을 비교해 청와대 브리핑과 맞지 않는 부분도 상당 부분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지난해 1월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행정관을 만나 선거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당시 송 부시장이 대통령 공약인 공공병원 건립 진행상황을 파악했다고 보고 있다. 송 시장은 울산시장 후보 당시 울산에 공공병원을 짓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