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이른바 ‘워킹맘’의 95%는 퇴사를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의 위험이 가장 컸던 시기는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로 꼽았다. 이중 절반 이상은 부모 등 가족의 도움으로 퇴사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 '워킹맘보고서' #워킹맘 95% "퇴사를 고민했었다" #나만의 여유시간 하루 1시간51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 한국 워킹맘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지난해 이어 낸 두 번째 보고서다.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두고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와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워킹맘(만25~59세 여성 취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54%는 가족 도움으로 퇴사 위기 넘겨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은 회사에 다니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담감에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95%가 “퇴사를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워킹맘이 퇴사나 이직을 가장 고민하는 시기는 학부모가 됐을 때다. 특히 초등학교 이상 자녀를 둔 워킹맘은 출산(42%, 복수응답)이나 자녀가 어린이집(38.9%)에 갔을 때보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50.5%)’를 직장을 계속 다니기 어려운 시기로 생각했다. 자녀의 학교 수업은 물론 방과 후 일정까지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의 대처방법으로는 가족의 도움(54.4%)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 중에서도 부모의 도움으로 극복한 경우가 34% 이상이었다. 나머지는 학원(7.4%)이나 방과 후돌봄 교실(7%), 가사도우미(6.8%) 등을 외부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워킹맘 본인이나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선택한 경우도 10.4%로 나타났다.
“살림 보탬이 되기 위해 일하고 싶다”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워킹맘 4명 중 3명은 직장생활을 지속하길 원했다. 응답자의 75%는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업주부보다 일을 택한 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다. ‘가계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가 44%로 가장 많았다. 이와 달리 ‘자아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워킹맘은 7.6%에 불과했다.
"맞벌이 통장 관리는 워킹맘 담당"
그렇다면 맞벌이 부부의 소득관리는 누가 할까. 워킹맘이 배우자의 소득까지 모아서 한꺼번에 관리하는 경우가 78.3%에 달했다. 이는 통장관리 방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생활비를 포함해 카드비와 보험료, 대출 이자 등 각종 금융거래도 워킹맘 본인 통장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64.5%로 높게 나타났다.
자녀를 위한 투자와 저축을 하는 워킹맘은 90%나 됐다. 자녀 등록금이나 유학비를 마련하는 목적(37.1%)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자녀에게 종잣돈을 마련(18.7%)’해주거나 ‘경제관념을 키워주기 위해(17%)’ 저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워킹맘의 78.6%는 목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금을 갖고 있었다. 워킹맘의 비상금은 평균 1010만원으로 나타났다.
워킹맘 쇼핑타임은 저녁 9시부터
바쁘게 살아가는 워킹맘이 주로 쇼핑하는 곳은 'G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쇼핑사이트다. 시간이나 장소 제약 없이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퇴근 이후인 오후 9시에서 자정까지가 워킹맘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시간(47.5%)이었다.
워킹맘 가구가 최근 3개월 내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산 물품은 식료품(65.1%, 복수응답)과 생필품(60%)이었다.
현재 워킹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이다. 워킹맘의 ‘나만을 위한 여유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1시간 51분이 전부였다. 대부분 2시간도 채 안 되게 쉬면서 회사와 집안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현정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워킹맘이 직장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이루려면 사회나 직장에서의 워라벨 실천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이를 뒷받침해줄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