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런 말이 있다.
“백 리마다, 천 리마다 그 풍속이 다르다.
百里不同风,千里不同俗”
각 고장마다 고유의 풍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중국네티즌 사이에서는 남방과 북방의 차이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북방의 겨울은 건조하고 춥지만 남방의 겨울은 습도가 높고 춥다”, “북방사람은 면을 좋아하고, 남방사람은 쌀을 좋아한다”, “북방사람들은 호탕한 반면, 남방사람은 세심하다”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결국 북방과 남방의 특징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이 골자이다. 넓은 땅에서 어떤 기준으로 남북을 나누는 것일까.
대륙을 가르는 '진령회하일선(秦岭淮河一线;친링화이허이셴)'
중국 지리책을 펼쳐 중국 지도를 봤을 때, “진령회하일선(秦岭淮河一线; 친링화이허이셴)”이라는 선이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진령(秦岭; 친링)산맥은 중국의 중부를 가로지르는 큰 산맥이며, 회하(淮河; 화이허)는 허난성 서부에서 안후이성을 거쳐 장쑤성으로 이어지는 장강과 황하의 중간에 위치한 강이다.
남쪽의 귤이 회하(화이허)를 건너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
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爲枳
제나라의 안자가 비유를 인용하여 남북의 차이를 표현한 말이다. 이때 말하는 화이허가 남북경계선으로 춘추 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남북 경계선으로 사용된 화이어를 친링과 연결하여 남방과 북방을 나누는게 일반적이다.
남방사람은 쌀을, 북방사람은 면을 주식으로 한다(南米北面)
'진령회하일선'은 연간 강수량 1,000mm의 선과 거의 일치해 강수량이 적은 북쪽은 밀 중심의 밭농사, 강수량 많은 남쪽은 쌀 중심의 논농사 지대가 형성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북방사람들은 면을, 남방사람들은 쌀밥을 주식으로 한다.
특이한 점은 북방사람과 남방사람이 말하는 ‘밥(饭)’의 개념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북방사람이 “밥먹자!”고 말한다면 밥이든 면이든 죽이든 심지어 만두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까지 포함한다. 보통 남방사람이 말하는 “밥”은 문자 그대로의 “(쌀)밥”을 의미하며, 반대로 “면을 먹자(吃面)”고 말하면 반드시 면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남쪽은 습하고 북쪽은 건조해(南湿北干)
바람의 영향 때문에 중국 강수량은 동남쪽의 연해지역에서 서북의 내륙으로 갈수록 적어진다. 남방은 겨울에도 습한 편이고 북방은 건조하여 난방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북방 사람은 라디에이터를 켜서 얇은 옷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반면, 습도에 이골이 난 남방 사람들은 라디에이터 없이 두꺼운 이불에 의존하는 편이다.
한겨울에 내리는 눈을 보았을 때의 반응도 다르다. 남쪽에는 눈이 오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눈만 보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등 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남방사람들이 눈구경 할 때, 북방사람들은 남방사람들을 구경한다'는 인터넷 짤이나 밈(Meme)이 다양한 형태로 배포될 정도이다. 비하한다기 보다는 서로 웃고 넘기는 유머로 생각한다.
언어: 남쪽은 복잡하고 북쪽은 질서정연하다(南繁北齐)
한국에 사투리가 있듯이 중국에도 방언(方言)이 존재한다. 한국의 사투리와 다르게 중국의 방언은 차이가 커서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자막을 사용한다. 하지만 북방의 방언들은 차이가 크지 않다. 같은 북방에 위치한 심양(沈阳; 선양) 사람이 말하는 뜻을 동북(东北; 둥베이) 사람이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식이다. 억양 차이가 있지만 대화에 문제가 없다.
남쪽으로 갈수록 방언의 종류가 다양하고 차이도 크게 난다. 중국 대표 방언들이 모두 남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어(赣语), 오어(吴语), 샹어(湘语), 객가화(客家话), 광둥어(奥语; 중국어 발음은 ‘위에어’), 민어(闽语) 등 각 방언의 차이가 뚜렷하다.
목욕 방식도 다른 남·북
북방사람이 남방에 가면 원래 하루 1번 씻는다는 것을 깨닫고, 남방사람은 북방에 가서야 이틀에 1번 씻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北方人来了南方才知道原来1天要洗1次澡,南方人来了北方才知道原来可以2天洗1次澡。
건조한 북방에 비해 습도가 높은 남방 사람들이 훨씬 자주 씻는다는 뜻이다. 목욕탕 스타일도 다르다. 남방은 칸막이가 있는 샤워시설을 선호하는 반면, 북방은 호방하게 뚫려있다. 또 북방 사람들은 때밀이를 많이 사용하는데, 남방사람들은 샤워볼을 선호한다고 한다. 개인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편향된 스타일을 보인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라도 많이 다른 중국의 남과 북, 심지어 벌레크기까지 다르다?
남북 차이는 벌레 크기에서도 보인다. 남쪽의 바퀴벌레는 라이터에 비견할만큼 크다. 북쪽의 바퀴벌레는 시험 답안지에 적힌 숫자만큼 작다. 남쪽의 벌레는 크기만 한 게 아니라 이동 속도도 빠르고 심지어 날기도 높이 날아서 잡기 어렵다.
풍속, 문화, 성격, 생활방식, 심지어 벌레 크기까지 다른 중국의 남과 북이지만, 진심으로 싸운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남북사람들이 재미삼아 토론의 장을 여는 덕분에 공방전도 지속될 수 있고, 바퀴벌레나 눈을 보는 상황처럼 재미있는 짤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