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정말 전쟁 같았다.”
한국당 원내대표 10일 퇴임 #의총 열며 황 대표와 상의 안 했다? #임기 만료 되는데 제가 그랬을까요 #당 지지율 역전이냐 까먹느냐 기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못해 아쉬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1년의 임기를 마치며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11일 당선된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10일 만료된다.
지난해 비대위 체제에서 한국당호의 키를 잡은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저지를 지휘하고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빗대는 등 ‘강수’를 보였다. 최근엔 여권의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199개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의외의 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면서 ‘셀러브리티형’ 정치인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야성을 지닌 정치인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극한 투쟁이 강조되면서 정치가 실종된 국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는 사상 최악이다. 송구하다”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를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침 56번째 생일이었던 6일 국회 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나 원내대표와 만났다.
-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
- “패스트트랙 법안과 이와 관련한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하려고 했던 것도 자리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이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전체적인 틀은 내가 세운 전략이니까. 임기를 마치는 10일까지 패스트트랙 법안은 절대 마무리되지 않는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처음 만났을 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했는데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 “개인적 신뢰나 인간적인 부분에서 서로 존중하지 않은 건 아닌데, 이 원내대표는 전임자인 홍영표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이란 짐을 얹어주고 갔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어제도 만나 1시간 넘게 얘기했다. 민주당이 원하는 본심이 뭔지 대화했지만 결국 서로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다.”
- 선거법 개정안은 추진하기로 합의한 뒤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있다.
- “전혀 약속한 적 없는데 정의당이 그렇게 프레임을 만들었다.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하고 있는데 ‘밥 좀 먹게 해달라’고 해서 단식 그만하시라며 ‘검토한다고 써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의원 정수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또 이야기를 꾸몄다. 지난번처럼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싶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 뒤로는 그 말을 안 한다.”
- 199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민생법안 처리를 막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 “법안 전체에 걸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29일에도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 원내대표를 만나 ‘5건만이라도 필리버스터 권한을 주면 나머지 194건은 협조하겠다’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쪽에서 필리버스터 권한을 보장하지 않으면 194건을 처리한 뒤 문 의장이 본회의를 폐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민식이법’ 등이 처리되지 않은 건 명백히 여당의 책임이다.”
- 18대 국회는 동물국회,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라 했는데 20대 국회는 그냥 최악이라고들 한다. 이유가 뭘까.
- “문재인 정권이 급한 상황에 내몰리니 너무 무리하게 가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야당에 조금도 (협상의) 여지를 안 준다. 이 원내대표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월권이란 비판이 나왔다.
- “그 부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당과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며 말을 아낄 때다. 하고 싶은 말도 있지만 지금은 말을 아끼는 게 내가 할 일이다.”
-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면서 황 대표 측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에 대한 논의를 전혀 안 했다? 제가 그랬을까요?”
- 9개월가량 손발을 맞춘 황 대표는.
- “애국심이 강하신 분이다.”
- 김세연·김영우 등 소장파 의원들이 연이어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조국 사태 등으로 지금까지 얻은 지지율을 도로 까먹느냐, 역전하느냐인데. 그런 부분에서 현재 당의 모습은 조금 안타깝고 아쉽다. 쇄신과 통합이란 측면에서 기대에 속 시원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 보수 통합에 대한 생각은.
- “국민은 통합을 원한다. 안 된다면 차선책인 연대도 생각해 봐야 하지만 통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려놓고 다른 목소리를 모아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젠 거의 라스트 미닛 아닐까.”
- 올해 의외로 강경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만들었다.”
- 차기 원내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원내대표 자리가 욕먹는 자리니까.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해라, 안 그러면 야당 원내대표는 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같은 정치 환경에선 용감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