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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송병기 부시장 제보로 ‘김기현 첩보' 작성한 전 청와대 행정관 소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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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명 하루만에 'A행정관' 조사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처음 제보한 문모(52)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5일 소환해 조사 중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제보 입수와 첩보가 만들어진 과정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송철호 시장(왼쪽)과 송병기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송철호 시장(왼쪽)과 송병기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오전 문 전 행정관을 소환해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비리 제보를 받은 경위와 이후 처리 과정을 묻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은 전날 청와대가 제보를 처음 받았다고 밝힌 A 행정관으로,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靑에서 먼저 비리 제보 요구했나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 김 전 시장 관련 정보를 먼저 요구했는지 이 과정에 청와대나 경찰의 다른 인물이 추가로 개입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의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시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선거개입 의혹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감찰 무마와 지방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감찰 무마와 지방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또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최초 제보 내용을 어느 정도 가공했는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검찰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범죄정보 분야 경력이 있는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판단을 덧붙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이 제보를 가공하면서 법리적인 설명 등을 덧붙였다면 하명수사 혐의가 짙어질 수 있다.

검찰 ‘공안통’ 출신 변호사는 “처음 제보받은 내용을 추가하거나 건드렸으면 그건 편집이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봤다. 줄 간격이나 폰트 등 청와대 내부 보고서 양식에 맞게만 정리한 게 아닌 이상 어떤 형태의 가공이든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보 과정·가공 정도 추궁 예정

검찰은 문 전 행정관이 제보를 받은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A 행정관과 제보자는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지인으로 SNS 메시지를 통해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익명의 제보자가 송철호 시장의 측근인 송 부시장으로 밝혀진 만큼 검찰은 이들과 A 행정관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공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공식적인 제보 절차가 있을 텐데 그런 식(SNS 메시지)으로 받아 하달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검찰 수사관 근무 경험이 있는 문 전 행정관이 개별적 민원을 받아 첩보를 작성하는 식의 행동이 '표적감찰'에 가깝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백원우(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백원우(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전 행정관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던 2017년 10월 제보받은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정리해 백원우(53) 당시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보고했다. 이 첩보는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청에 전달됐고 같은 해 12월 울산지방경찰청에 내려갔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3월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당일 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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