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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자살하는 날" 글쓰자…"너는 소중해" 쏟아진 댓글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픽사베이.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픽사베이.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12월 17일 자살하는 날. 꼭.” 지난 3일 오후 한 네티즌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다른 네티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여기에 달린 댓글만 200개 가깝다. "서울 살면 18일에 나랑 같이 딸기축제 가자. 내가 사줄게!", "19일에는 나랑 바다 보러가자~” 등이다. 극단 선택을 예고한 17일을 무사히 넘기고 그 다음을 함께 하자는 내용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극단 선택으로 악성 댓글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지만,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네티즌들은 "따뜻한 말들에 내가 위로 받고 간다"고 했다.

네티즌 A씨가 올린 글은 '12월 17일 자살하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본문에는 "꼭"이라는 한 글자만 있었다. A씨는 이유를 묻는 네티즌들에게 "내가 혐오스러워서 내가 나를 죽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를 위로하는 댓글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자 더 자세한 심경을 밝혔다.

[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A씨는 "뭘 해도 실패하는 내가 혐오스럽다. 남들도 나를 다 한심하게 볼 것"이라며 "이런 혐오감정을 늘 가지고 있는데 감정 조절에 실패하면 자기처벌의 의미로 자해도 한다"고 고백했다. 또 "내 본모습을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인데 성격이라도 좋은 척해야 친구들이 생긴다"며 "나한테 들어가는 모든 것이 아깝다. 제발 나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나도 글쓴이처럼 무능하고 글쓴이와 똑같은 생각을 한 적 있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나도 정신과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는데, 꼭 상담을 받아보길 바란다", "옆에서 괜찮다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꼭 안으면서 말해주고 싶다", "나는 글쓴이가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 안한다. 꼭 약먹고 운동해보라", "내 생일에 누군가 떠나면 너무 마음 아플거야. 같이 생일파티 하자", "1월 1일에 같이 해보러 가자" 등의 댓글을 달았다.

A씨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네티즌들이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도 했다. 또다른 네티즌들은 "여기 달린 따뜻한 댓글에 위로받는다", "댓글 읽다 내가 다 눈물이 난다" 등이다.

[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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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사진 커뮤니티 '인스티즈' 캡처]

한편 통계청이 9월에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람은 1만3670명으로 전년보다 9.7%인 1207명 늘었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37.5명이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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