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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만점 5배 늘고 수학 어려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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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만점자가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불수능’의 주범으로 꼽힌 국어가 올해는 쉬웠다는 뜻이다. 반면 수학 가·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 사회탐구는 선택 과목별 난이도 차가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작년 ‘불수능’ 주범 국어 쉬웠지만 #수학 나형 1등급 컷 4점 내려가 #사탐 윤리사상, 하나 틀리면 3등급

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0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48만4737명으로 지난해(53만220명)보다 4만5483명 줄었다.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국어 140점, 수학 가 134점, 수학 나 149점이다. 표준점수는 학생들의 점수 분포를 반영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격차가 벌어질수록 최고점이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불수능’ 주범이었던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0점이나 낮아졌다. 국어 만점자 수도 지난해는 148명으로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저치였는데, 올해 만점자가 777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쉬웠고, 문과생이 치른 나형은 다소 어려웠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수학 가형은 1점 높아진데 반해 수학 나형은 10점 높아졌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어려운 ‘킬러 문항’은 종전보다 쉬웠지만, 다른 문항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며 “수학 나형은 원점수 기준 1등급 컷이 88점에서 84점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영어는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학생 비율이 지난해 5.3%에서 올해 7.4%로 높아졌다. 그만큼 쉬워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진학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모집에서 영어 등급간 점수 차가 크지 않은 대학이 많아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선택 과목별 난이도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탐구에서 차이가 심했다. ‘윤리와 사상’은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가 62점인 반면 ‘경제’는 만점을 받으면 표준점수 72점이다. 윤리와 사상은 만점자가 14.9%에 달해 2등급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됐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곧바로 3등급이 될 만큼 문제가 쉬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 응시 인원이 대폭 줄어든 반면, 정시모집 인원은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 수 가 줄고 정시가 늘면서 정시 합격선은 대체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합격선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소신 지원하는 경향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고 이과 응시생의 숫자가 대폭 줄어 문과 수험생이 자연계열 학과로 지원하는 ‘교차 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연계 응시인원은 상당히 줄었는데 대학의 계열별 모집 인원은 큰 차이 없다”며 “문과생들이 자연계로 교차지원하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험생들은 학교와 교육청 등에서 4일 오전 9시부터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성적표엔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표기되며 원점수는 나오지 않는다.

한편 수능 성적 사전 유출과 관련해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조그마한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시험인데 이런 보안 문제가 발생해 송구하다”며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남윤서·박형수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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