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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상업문화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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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돈은 적인가, 동지인가. 미국 조지 메이슨대 경제학 교수로 있는 저자는 단연 '동지'를 선택한다. 신간 '상업문화예찬'은 창작과 돈의 끈끈한 유대 관계, 나아가 예술을 떠받쳐온 돈의 역할을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화폐로 대변되는 물질문명이 예술을 죽인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가 오히려 다양한 예술을 꽃피우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창조적 예술가가 나오려면 상업 시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돈이 작가를 타락시킨다는 데 반대한다. 출판사의 선불 고료나 재단 후원금이 없었다면 제임스 조이스나 윌리엄 포크너 같은 대문호가 쉽게 나올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미국 독립음반사들은 특정 음악을 방송에 틀어준 대가로 DJ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 또 옛날 사람들이 셰익스피어만 읽고, 베토벤만 들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저자는 오히려 그보다 못한 예술가들이 닦아놓은 폭넓은 시장이 있었기에 천재 예술가,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그에게 현대 문화의 몰락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과연 그럴까. 순수 문학, 혹은 예술 영화의 위기는 일부 호사가의 불평에 불과한 것일까. 신간에 대한 공감적.비판적 입장을 들어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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