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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미세먼지 막는 효과? KF 마스크는 좋아요, 코 필터는 글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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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외출할 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 표시가 있는 마스크를 코에 밀착해 사용하는 게 도움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외출할 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 표시가 있는 마스크를 코에 밀착해 사용하는 게 도움된다.

 미세먼지 악화로 눈이나 호흡기 관련 질환이 우려되면서 미세먼지 공포를 노린 제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는

적절한 제품 고르기

기능성 화장품과 눈 세정제, 목걸이형 공기청정기, 산소캔 등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다수의 제품이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데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겨울은 초미세먼지(PM2.5)의 고농도(50㎍/㎥) 발생이 집중되는 때다. 미세먼지 제품의 허실과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본다.

미세먼지 특수를 노린 제품은 주로 피부·눈·호흡기 건강과 관련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화장품이다. 화장품 업체들은 클렌징과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제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이 미세먼지 흡착을 막거나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세먼지 차단·세정 효과를 내세우는 화장품 53개를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은 그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시험이 아닌 엉뚱한 시험 자료를 제출했거나 아예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고 판매했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안규중 교수는 “과장 광고가 아니라는 제품조차도 아직은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화장품의 성능이 명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며 “미세먼지 흡착 방지를 증명하는 시험 방법이 다양하고 효과를 인정하는 표준화된 시험 방법과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차단 확인된 화장품 없어

화장품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보호막을 형성해 피부 모공에 미세먼지가 흡착하는 걸 억제하거나 피부에 붙은 미세먼지를 씻어낸다. 이런 기능은 미세먼지에 효과가 좋다는 화장품이든 아니든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안 교수는 “미세먼지는 피부의 방어벽인 각질층을 침투해 피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며 “또 각질층은 계속 재생되므로 미세먼지가 조금 붙어 있어도 크게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없앤다고 과하게 화장을 지우는 습관은 오히려 피부에 더 좋지 않다. 안 교수는 “클렌징 제품을 여러 번 반복해 쓰고 각질을 과하게 제거하면 피부 방어막을 약하게 해 피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화장품으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각질층이 방어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하고 클렌징 제품을 쓰고 나서 ‘미지근한 물→찬물’ 순서로 헹궈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눈 건강과 관련해서는 안구 표면을 씻어내는 세정제와 눈꺼풀 세정제 광고가 많다.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다. 건국대병원 안과 신현진 교수는 “이런 제품이 아니어도 눈물에는 항균 물질이 있어 안구 표면의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며 “안구 세정제는 장기간 썼을 때의 효과와 부작용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미세먼지뿐 아니라 눈물의 좋은 성분까지 씻어내 버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눈꺼풀 세정제는 미세먼지를 없애주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눈물이 잘 마르지 않도록 기름층을 분비하는 기관(마이봄샘)이 막히지 않도록 해줘 눈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인공눈물을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는 게 좋다”며 “눈이 따갑거나 이물감이 느껴지면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을 쓰고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자주 깜빡여주는 것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호흡기 건강에 좋다는 목걸이형 공기청정기, 코 필터, 산소캔은 믿을 게 못 된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김인애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도 미세먼지 같은 유독 물질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휴대용 제품이 호흡하는 사람 주변의 공기를 약간 걸러낸다고 해서 코로 들어가는 미세먼지의 양을 줄여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산소캔이나 코 필터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산소를 조금 더 호흡한다고 미세먼지 유입을 줄이거나 씻어낼 수 없다”며 “임상시험을 거친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 제품이 아닌 경우는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는 식약처가 인증한  ‘KF(Korea Filter)’ 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 표시가 있다. 코에 잘 밀착되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의약품 허가 받은 제품인지 확인을

미세먼지가 많은 날 목에 칼칼함이 느껴지고 기침이 나면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 김 교수는 “기관지 섬모는 이물질을 배출하는 자정 작용을 하므로 섬모를 촉촉하게 해주는 게 기침 증상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침이 잦아들지 않으면 기관지에 염증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일 수 있으므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흡기질환자는 식염수로 비강 세척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비강 세척 여부에 따라 증세가 경감된다”며 “특히 미세먼지가 있는 날 평소 쓰던 흡입제 등의 약도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공눈물과 비강세척액, 멸균 생리식염수는 눈·코 등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는 품질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제품임에도 의학적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지난 6월 식약처가 미세먼지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광고 사이트를 점검한 결과, 이런 식으로 허위·과장 광고한 1400여 건을 적발했다.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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