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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후보 공천으로 인한 세금 10억 낭비 책임져라".. 천안시장 낙마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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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전 충남 천안시장이 중도 하차하자 책임론이 일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된 사람을 공천해 결국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보궐선거를 치름에 따라 약 10억원(선관위 추산)의 선거비용을 낭비하게 됐다. 전액 국민 세금이다. 천안시장 보궐선거는 4·15 총선과 함께 치른다.

자유한국당 충남 천안시의원들이 지난 1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것과 관련, 민주당의 사죄와 천안시장 공천 포기, 보궐선거 비용책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충남 천안시의원들이 지난 18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것과 관련, 민주당의 사죄와 천안시장 공천 포기, 보궐선거 비용책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본영 전 시장 지난 14일 대법 판결로 직 잃어 #지역 인사에게 2000만원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민주당, 지난 지방선거서 기소된 구 시장 공천 #주민들 "낙마 예견된 후보 낸 민주당 책임져라" #

구 전 시장은 지난 14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취임 1년 5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대법원은 이날 구 시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2014년 5월 지역 인사에게 후원금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로 지난해 4월 3일 구속됐다. 6·13 지방선거를 2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2014년 7월 시장 취임 후 돈을 준 김모씨를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임명하고 박모씨를 시 체육회에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았다. 그는 구속된 지 사흘 만에 구속적부심에서 보증금 2000만원을 내고 석방됐다가 불구속기소 됐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정치자금을 받은 다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가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 일주일 뒤에 이미 첫 재판 일정이 잡혀있던 구 시장을 당내 경선도 없이 전략 공천했다.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이던 박완주(천안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5월 13일 구 전 시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구 시장은 판사 출신인 추미애 대표가 공천했다. 검찰이 기소했지만, 재판에서 무죄로 나올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중앙당이 전략 공천을 했다”라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난해 4월 14일 천안북면위례벚꽃축제 개막식에서 "구본영 시장의 진실을 100% 믿는다”라고 했다. 또 민주당 천안시 의원 9명은 지난해 3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 시장에 제기된 의혹은 불순한 정치세력의 음해성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구 전 시장이 낙마하자 자유한국당·정의당 등 야권은 여당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자유한국당 천안시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시장 낙마의 책임을 지고 내년 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마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구본영 전 시장 감싸기에 앞장섰던 민주당은 시민들 앞에 사죄하고 보궐선거 비용을 전액 부담하라”고 했다. 정의당 충남도당도 “기소를 앞둔 후보를 전략공천하고 이 같은 원인제공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다시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민주당은 적폐”라고 비판했다.

구본영 천안시장이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청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시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구본영 천안시장이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청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시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에 박완주 의원은 “천안시민께 죄송스럽다. 천안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당원으로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시장 낙마 사태는 당헌상 무공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민들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천안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시장 중도하차는 공천 단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시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공천을 해서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하냐”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시장을 뽑은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긴 건 기가 찰 노릇”이라며 “민주당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보궐선거에서 천안시장 후보로는 민주당에서 박완주 국회의원, 자유한국당에서는 박상돈 전 국회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전국에서 후보자 낙마 등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99건) 비용으로 모두 269억원 1700만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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