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기자의 V토크] 한국전력의 '뉴 에너지' 구본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한국전력 구본승. [사진 한국전력]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한국전력 구본승. [사진 한국전력]

"저는 무조건 신인왕 탈 거에요." 플레이도, 성격도 활기차다. 한국전력의 '뉴 에너지' 구본승이 코트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전력은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0-25, 25-22, 25-17, 25-23)로 이겼다. 한국전력은 개막전 2-3 역전패를 설욕하면서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가빈이 39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구본승과 김인혁이 각각 11점을 올리며 가빈의 뒤를 받쳤다.

득점을 올린뒤 환호하는 한국전력 구본승. [사진 한국전력]

득점을 올린뒤 환호하는 한국전력 구본승. [사진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지난 21일 윙스파이커 최홍석을 내주고 OK저축은행으로부터 센터 장준호와 윙스파이커 이승준을 받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최홍석을 내준 배경에는 구본승의 활약이 있었다. 올해 3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구본승은 2라운드 들어 주전으로 도약했다. 키는 191cm로 그리 크지 않지만 탄력을 앞세운 후위공격, 날렵한 수비로 장병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최근 주전으로 도약한 신예 윙스파이커 구본승의 활약은 이날도 돋보였다. 구본승은 후위공격 4개를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리시브 25개에 가담하며 32.00%의 효율을 기록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본승이가 기복이 심해서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만 보완한다면 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사실 시즌 초반엔 최홍석이 파이프(중앙 후위공격)를 많이 시도했는데 홍석이가 빠지면서 공격패턴이 단조로워졌다"며 "구본승이 후위공격을 시도하면서 숨통이 트인 거 같아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구본승을 대견하게 바라본 가빈은 "구본승의 역할이 중요했다. 리시브가 팀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고 성장중"이라고 했다.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한국전력 구본승. [사진 한국배구연맹]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한국전력 구본승. [사진 한국배구연맹]

경기 뒤 기자회견장을 찾은 구본승의 모습은 코트 위에서와 사뭇 달랐다. 힘찬 액션과 세리머니와는 달리 안경을 깐 모습은 좀 더 차분했다. 하지만 톡톡 튀는 말투와 행동은 천상 '개구쟁이'였다. 인터뷰 중인 가빈의 옆에서 사진을 찍고, 가빈의 말에 '거짓말'이라고 놀리는 등 밝은 모습이었다. 구본승은 "팀에서 자리를 잡은 건 저 혼자 한 게 아니다. 감독, 코치님, 형들 덕분이다.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시합을 많이 뛴다고 해서 긴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저는 긴장을 하는게 그나마 도움이 되는 거 같다"고 했다. 후위공격의 비결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미소지으며 "가운데 있으면 시야가 탁 트여 블로킹도 잘 보인다. 득점을 내면 자신감도 올라간다. 자신있다"고 했다.

구본승은 '얼리 엔트리'다. 경희대 3학년이지만 졸업 전에 프로에 뛰어들었다. 그는 "가족들을 위해서다. 아버지 혼자 저와 누나를 키워오셨다. 아버지가 힘들어보여서 프로에 일찍 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낮은 순번에 대해선 "솔직히 실망 반, 기쁨 반"이었다며 "하지만 내가 너무 실망하면 안 뽑힌 사람도 있기 때문에 자중했다"고 했다.

시력이 0.1로 나빠서 평소에는 안경을 낀다는 구본승. 그는 "안경을 끼면 팬들이 못 알아보신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시력이 0.1로 나빠서 평소에는 안경을 낀다는 구본승. 그는 "안경을 끼면 팬들이 못 알아보신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뿐인 신인왕에 대한 포부가 있다. 구본승도 마찬가지다. 그는 "신인왕만 바라보고 있다. 무조건 타겠다"면서도 "성규가 너무 잘 한다. 솔직히 라이벌로 보진 않았다. 홍상혁(KB손해보험), 김웅비(OK저축은행) 같은 또래 선수들이 경쟁자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성규가 잘 한다. 잘 하는 줄 알았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선의의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세리머니 신흥 강호'로 떠오른 구본승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한다. 팀 분위기도 살아나니까"라고 웃으며 "성규도 저랑 비슷한 거 같은데. 더 과하지 않나"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