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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뇌사자 수술’ 방치…중앙의료원장의 직무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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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종훈 복지행정팀 기자

정종훈 복지행정팀 기자

“국감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전혀 없네요. 국회의원·언론이 나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26일 이렇게 한탄했다. 그의 걱정은 두어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초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신경외과 A 의사가 2015~2018년 노숙인 등 뇌경색·뇌출혈 환자 38명에게 무리한 뇌 수술을 집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들 대부분은 의학적으로 수술할 의미가 없는 뇌사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내부 고발이 이어지면서 문제의 수술이 추가로 드러났다.

중앙의료원 측은 국감 당시 “학회에서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 3명으로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급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손을 놨다시피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A 의사는 여전히 진료 현장에 있다. 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여전히 A 의사가 뇌 수술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기현 중앙의료원장은 방관하고 있다. 진상 확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 원장은 “법적 위반 여부가 불분명하고 문제가 된 환자 자료를 무작위로 조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경찰과 복지부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A 의사 업무 배제 등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한 의사단체가 먼저 문제를 알렸을 당시 ‘직원의 모함’이라고 평가절하했는데, 거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의료원은 앞으로 중앙감염병병원 등 더 큰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앙치매센터로 선정됐다. 부지 이전 등의 숙제가 산더미다. ‘공공의료 컨트롤타워’라고 내세우지만 내부 컨트롤에 구멍이 뚫린지 오래다. 약물 중독 간호사 사망, 독감 백신 불법 구매·투약 등이 발생해도 솜방망이 대응만 반복한다. 중앙의료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원장이 내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 공공의과대학 설립 법안 통과에만 관심을 둔다”며 “무사안일주의가 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긴 마찬가지다. A 의사의 의료법 위반과 관련, 의사협회에 자문을 요청해 놓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와 정 원장은 환자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서울 한 대형병원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환자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의사는 조사를 마칠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하는 게 원칙이다. 논란 중에 진료나 수술을 계속했다가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종훈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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