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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 달린 화장실 안내키트, 쓰레기 배출 안내하는 담벼락…생활을 바꾸는 공공디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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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누구나 한 번쯤 식당이나 카페 외부에 있는 상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불편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주인이나 직원에게 “화장실 어디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나가서 왼쪽이요” 정도의 짧은 대답만 돌아오면 더욱 그렇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두 번 묻지 못하고 화장실 열쇠를 받아든 후 화장실을 찾아 나선다. 옆 상가의 캄캄한 지하로 내려가 겨우 만난 화장실 앞에 ‘남녀 공용’ 표시가 있으면 ‘그냥 참을까’ 하는 고민마저 든다.

화장실 안전 이용을 돕는 키트 '우리의 화장실'. [사진 서울시]

화장실 안전 이용을 돕는 키트 '우리의 화장실'. [사진 서울시]

상가 화장실을 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시 공공디자인 ‘우리의 화장실’ 키트(높이 18㎝ 가로 12.5㎝)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카페나 식당 등 매장에 두는 이 키트에는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약도와 설명이 붙어있다. 남녀 공용이나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 등도 표시돼 있다. 또 화장실에 갈 때 가져가는 일종의 ‘안전막대’가 달려 있다. 막대에는 화장실 열쇠, 손전등이 들어 있다. 또 막대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매장에 있는 키트에 내장된 발광다이오드(LED)가 빛을 내뿜는다. 위급 상황을 타인에게 알릴 수 있다.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스타트업 10곳 선정해 비용·멘토링 지원 #내달 4~6일 전시회…일부는 실생활 적용

‘우리의 화장실’은 서울시가 올해 지원한 스타트업 기업 스튜디오 패스미더솔트가 디자인했다. 서울시는 ‘2019년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 총 10곳을 지원해 결과물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안전·복지·환경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업체를 공모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 1인 이상을 보유한 설립 4년 이내의 기업이 대상이었다. 공공디자인 시안을 제출해 선정된 기업 10곳은 각 기업당 1500만원에 서울시와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교수, 공공디자인 전문가 등이 포함된 ‘멘토단’을 구성해 기업을 도왔다. 멘토 1~2명이 한 기업을 맡아 사업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사업 실무 등을 컨설팅했다.

버스승차대 추위가림막 디자인. [사진 서울시]

버스승차대 추위가림막 디자인. [사진 서울시]

박숙희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디자인을 통해 공공서비스 문제를 해결하자’는 요구는 계속 늘고 있는데, 공공디자인 기업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런 정책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 기업은 지난해 4곳보다 6곳이 늘었다. 지난해 전문대행업체를 통해 진행하던 사업을 올해부터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면서 절감한 비용을 기업 지원에 투입해서다.

‘우리의 화장실’을 디자인한 스튜디오 패스미더솔트의 유영미 대표는 “시민과 관광객이 화장실을 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와 공공 영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의 화장실’이라고 이름 붙였다”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함을 해소해 화장실을 떠올리면 찾고 싶어지는 지역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 지원으로 선보인 또 다른 공공디자인은 ‘버스 승차대 추위가림막’이다. 서울시 표준형 승차대와 일체형인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할 수 있고, 밖이 훤히 보여 버스가 오는지도 알 수 있다. 이날 서초구의 한 버스정류장에 설치됐다. 이 추위가림막을 디자인한 유닛코리아의 김진환 디자이너는 “기존 승차대에 가림막을 추가하는 형식인 일체형으로 만들어 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했고, 접이식으로 이동이 편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방범초소 디자인 '안심초소'. [사진 서울시]

방범초소 디자인 '안심초소'. [사진 서울시]

이 밖에도 공동주택의 쓰레기 배출 시간·장소를 캐릭터 디자인, 픽토그램(그림문자) 등으로 알리는 디자인(STU.dio 의 ‘Line Up 프로젝트’), 크기가 다양해 설치·이용이 편리한 무인택배함 디자인(문라이크), 오래 된 방범초소에 보안등·안심벨을 설치하는 등 디자인을 개선한 ‘안심초소’(도시의사) 등이 이번 서울시 사업을 통해 나왔다.

쓰레기 배출 시간과 투기금지 등을 그림문자로 알리는 디자인.[사진 서울시]

쓰레기 배출 시간과 투기금지 등을 그림문자로 알리는 디자인.[사진 서울시]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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