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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랩] 터널 안 창문 열어도 될까, 5곳 가보니 "생각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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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총 길이가 2km 되는 남산3호터널을 차로 달리며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했다. 1km 이상 터널에는 환풍시설을 설치해야하는 규정이 있다. 박해리 기자

총 길이가 2km 되는 남산3호터널을 차로 달리며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했다. 1km 이상 터널에는 환풍시설을 설치해야하는 규정이 있다. 박해리 기자

터널을 지나갈 때 미세먼지 수치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궁금합니다! 터널을 도보로 걸으면 건강에 많이 안 좋을까요? (이**) 

중앙일보 디지털 서비스 ‘먼지알지’에 이모 독자가 터널 속 미세먼지에 관한 질문을 보냈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취재팀이 직접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서울의 터널 중 도보가 가능하며 개통 시기와 길이가 각각 다른 3곳(금화터널·서리풀터널·호암1터널)을 골라 직접 걸으며 공기 질을 측정해봤습니다. 또 1000m 이상 긴 터널(남산2호·3호 터널)은 자동차로 지나가며 간이측정기로 공기 질을 측정했습니다. 측정 항목은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기온, 습도입니다.

서울시내에서 보행이 가능한 금화터널과, 서리풀 터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이희수 인턴, 김남경 인턴

서울시내에서 보행이 가능한 금화터널과, 서리풀 터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이희수 인턴, 김남경 인턴

차단벽 유무 따라 같은 터널도 미세먼지 차이

신촌과 도심을 연결하는 금화터널은 1979년에 개통했다. 총 길이가 555m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차량 이동이 많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터널 내부 인도와 차도 사이에는 유리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 금화터널 입구(독립문 인근)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는 PM2.5 기준으로 ㎥당 29㎍이었다. 터널에 진입하자 미세먼지 수치는 47㎍까지 치솟았다. 온도는 19도, 습도는 52%였다. 터널 내부에서 잰 미세먼지 수치 평균은 38.2㎍이었다.

서리풀터널에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올 4월 개통해 서울 36개 터널 중 가장 최근 건설됐다. 서리풀터널은 길이 400m로 도보가 가능하며 차단벽도 설치돼 있다. 터널 초입 5~6m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는 37㎍이었다. 최고는 41㎍이었다. 터널 내부 평균 수치는 35.3㎍였다. 금화터널보다 40년 늦게 개통했지만 미세먼지의 차이는 눈에 띄게 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장 짧은 터널인 호암1터널도 걸어봤다. 총 길이 90m로 2000년 개통했다. 이곳은 한쪽 방향에만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 차단벽이 없는 곳은 50.2㎍이었으며 차단벽이 있는 곳은 48㎍이었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달리는 차량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차단벽이 있는 곳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낮게 나타났다.

서울 터널 속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일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 터널 속 미세먼지 농도는 얼마일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창문 열고 달릴 때보다 미세먼지 낮아

차를 타고 1000m가 넘는 긴 터널을 지나 가봤다. 용산구 이태원동과 중구 장충동을 잇는 1620m의 남산2호터널을 양쪽 창문을 열고 주행하며 농도를 측정했다. 이 터널은 현재 안전상 이유로 도보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남산2호터널의 미세먼지 수치는 35㎍이었다.

이보다 길이가 짧은 남산3호터널(1280m)은 남산의 북서쪽부터 남동쪽을 가로지르며 용산구와 중구를 연결한다. 1970년 개통된 2호터널보다 8년 늦게 개통했다. 창문을 열고 주행해 보니 미세먼지 수치는 26㎍이었다.

창문을 닫고 공기를 외부순환 모드로 터널을 주행하며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19㎍이었다. 다시 차를 돌려 이번에는 창문을 닫은 채로 공기를 내부순환 모드를 하고서 측정했다. 농도는 17~18㎍으로 외부순환 모드일 때보다 다소 낮았다. 두 상황 모두 차 문을 열고 달리는 경우보다 수치가 낮게 나왔다.

서울에서 가장 짧은 터널인 호암1터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호암1터널은 한쪽 방향에만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 차단벽의 유무에 따라 미세먼지 수치도 차이났다. 이희수 인턴, 김남경 인턴

서울에서 가장 짧은 터널인 호암1터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호암1터널은 한쪽 방향에만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 차단벽의 유무에 따라 미세먼지 수치도 차이났다. 이희수 인턴, 김남경 인턴

1000m 이하 터널에는 환풍시설 설치 규정 없어

터널마다 미세먼지 농도는 다르지만 대부분 외부 공기보다 수치가 높게 나왔다. 금화터널 밖에서 잰 미세먼지 수치는 29㎍로 터널 내부 평균 38.3㎍보다 9㎍ 낮았다. 서리풀터널도 내부 평균은 35.3㎍이었으며 바깥 31㎍보다 높았다. 호암1터널의 외부 수치는 42㎍으로 터널 내부 차단벽 안과 밖에서 잰 평균 두 수치보다 낮았다. 서울 도시대기 측정소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 평균 수치는 25㎍이었다.

하지만 모든 터널에 공기정화 장치가 돼 있지는 않다. 국토교통부의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1000m 이상 터널에는 환풍·제연 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그 외에는 설치 의무 규정이 없다.

서울 시내 터널은 총 36곳으로 1000m 이상의 터널은 남산 1·2·3호 터널과 홍지문·정릉·구룡·위례 터널 7곳이다. 이 가운데 남산·위례 터널을 제외한 곳은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도로 종류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다른 탓이다. 자동차전용도로와 연결되는 터널은 시설공단이, 그외 도로와 연결되는 터널은 동부·서부 등 각 도로사업소에서 관리한다.

서울에서 가장 긴 1890m 홍지문 터널에는 상행·하행별 각 4대씩 송풍기가 설치돼 있다. 이종태 서울시설공단 홍보팀장은 “터널 내 매연이 증가할 때 송풍기를 가동하는 강제 배기 방식과 터널 외부 맑은 공기를 내부로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환기한다”며 “마장 방향 터널엔 초당 250㎥ 용량 4대, 성산 방향에는 그보다 좀 더 용량이 작은 4대가 설치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시설공단이 관리하는 터널 2곳에도 4대씩 환기시설이 설치돼 있다. 주 2회 터널 내 노면 청소를 하고 연 2회 분진 청소를 한다. 시설공단에 따르면 1월 터널 내부 미세먼지(PM10) 측정 결과는 평균 111㎍, 2월 88㎍, 6월 22㎍이었다. 일산화탄소(CO)는 2.4ppm, 질소화합물(NOx)은 1.147이다.

남산 2호터널을 차를 타고 주행하며 창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때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다른지 측정했다. 박해리 기자

남산 2호터널을 차를 타고 주행하며 창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때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다른지 측정했다. 박해리 기자

한때 홍지문터널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플라스마 실험을 하기도 했다. 윤재삼 서울시 대기정책과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나 더는 해당 실험을 확장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험 당시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했으나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1000m 이하의 터널에는 별도의 환풍시설이 없다. 김호성 서울시 도로시설과 터널전기팀장은 “규정에 따라 1000m 이상에만 환풍시설이 설치된 상태이며 1000m 이하 중 가장 길이가 긴 810m인 북악터널에는 현재 환풍설비를 공사 중이며 연내 완공된다”며 “국토부에 500m 이상 터널에 대해서도 환기설비를 설치하는 규정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내년에는 금화터널을 시작으로 서울 내 500m 이상 터널에 대해서 규정과 상관없이 순차적으로 환풍시설 설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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