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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아이 충치 예방? 6개월마다 검진, 자기 전 자일리톨 섭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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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이 코앞이다. 1년간 미뤄둔 건강검진을 받느라 몸이 바쁜 때이기도 하다. 이때 놓치기 쉬운 검진이 있다. 바로 치과 검진이다. 충치예방연구회는 충치가 생기기 쉬운 유아나 어린이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성인은 1년에 한 번씩 검진받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예방하면 훗날 충치와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과 고통을 절감할 수 있다.

세 살 건치 여든까지

우리 입안엔 유익균·무익균·유해균 등 700여 종의 세균이 산다. 이 가운데 충치를 유발하는 유해균 중 하나인 뮤탄스균이다. 뮤탄스균은 치아 표면에 남아 있는 음식물 속에 있는 포도당과 과당을 먹고, 번식하면서 젖산을 만들어낸다. 이 젖산은 치아 표면을 부식시켜 칼슘이 떨어져 나가게 한다. 이를 ‘탈회’라고 부르는데 치아가 부식되기 시작하는 현상인 치아우식증, 즉 충치를 만든다.

충치를 예방하려면 입안에서 뮤탄스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생활 속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이 바로 꼼꼼하게 양치질을 하는 것이다. 뮤탄스균 먹잇감을 만들지 않도록 음식을 먹은 뒤 포도당과 과당이 치아에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세 번, 3분 이상, 치아 사이를 꼼꼼히 양치할 것을 추천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일리톨도 충치 예방을 도와준다. 핀란드에서 ‘자작나무 설탕(birch tree sugar 또는 birch sugar)’이라고 불리는 자일리톨은 충치 원인균인 뮤탄스균의 성장을 방해하고 무력하게 만든다.

송근배 경북대 치과대학 주임교수는 “설탕처럼 단맛을 내는 자일리톨이 입안에 들어오면 뮤탄스균은 자일리톨을 설탕으로 착각하고 섭취해 분해(발효)하려 한다”며 “하지만 뮤탄스균은 자일리톨을 소화하지 못하고 다시 배출하는데 이처럼 뮤탄스균이 치아 표면 위 자일리톨을 먹고 뱉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에너지가 고갈되고 결국 활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뮤탄스균은 힘을 잃어 유해균에서 무익균으로 바뀌거나 변이를 일으켜 유익균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를 ‘자일리톨 무익(無益) 회로’라고 부른다.

자일리톨 함량 55% 넘는 껌 효과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다. 1972년 핀란드의 카우코 마킨넨 박사가 자일리톨의 치의학적 효능을 밝혔다. 마킨넨 박사는 20대 성인에게 빵·과자 등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설탕을 자일리톨(67g)로 대체해 먹게 했다. 연구 결과, 실험 참가자의 86%에서 충치 발생이 감소했다. 74년 임상시험에선 참가자에게 자일리톨을 식사 후에만 섭취하게 했다. 식사 후 자일리톨을 섭취한 실험 참가자의 82%에서 충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마킨넨 교수는 이후 자일리톨 섭취량을 3~10g으로 조정해 다시 연구를 진행했고 자일리톨에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원료 성분 인정 규정’에 따라 자일리톨을 건강기능식품으로도 공식 승인했다. 자일리톨이 충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현재 식약처는 94건의 인체 적용시험을 비롯한 총 146건의 최신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충치 위험을 줄이려면 하루에 자일리톨 5~10g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 자일리톨 껌이나 모두 충치를 예방하는 걸까. 충치 예방 효과를 얻으려면 적어도 자일리톨 성분 함량이 55% 이상인 것을 골라야 한다. 송 주임교수는 “자일리톨 성분 수치는 얼마만큼 설탕을 대체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일리톨 농도가 55% 이하라면 무설탕이 아닌 이상 설탕이 그만큼 많이 들어간 것이어서 충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일리톨은 자기 전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핀란드 유아원에선 ‘자기 전에 씹는 껌’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많은 아이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기 전 또는 밤에 잠들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다. 입안 세균이 잠을 잘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또 침 안에 충치를 막는 성분이 많은데, 자는 동안에는 침 분비가 적어져 잠자기 전에 자일리톨 씹는 것을 추천한다.

충치는 전염병 … 가족도 주의해야

명심할 점은 충치는 옮기는 병이라는 것이다. 뮤탄스균에 평생 감염되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부터 뮤탄스균에 감염된 아이의 경우 뮤탄스균이 다른 이로운 균들에 비해 더 많이 번식해 충치가 많아질 수 있다. 뮤탄스균에 감염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가족이라고 해서 칫솔을 함께 쓰거나 음식을 먹으며 침이 섞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충치 예방법에 대해 송 주임교수는 “양치질을 잘하고, 자일리톨을 씹는 것 모두 필요하지만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충치가 잘 발생하는 어린이는 적어도 6개월에 한 번, 성인은 해마다 검진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성인은 1년마다 스케일링을 하는 게 좋은데 한 회당 1만3500원 정도 하는 스케일링을 해마다 정기적으로 잘 받아도 먼 훗날 값비싼 임플란트 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뜨겁다고 ‘후~’ 불어 먹이다 충치균 옮길 수 있어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충치 원인이 되는 뮤탄스균을 아이에게 옮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뮤탄스균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음식물을 씹어서 주거나 뜨거운 음식을 식히기 위해 입김을 불어주는 행동은 충치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삼가자. 아이 입에 뽀뽀하거나 볼에 뽀뽀하더라도 침이 묻었으면 바로 닦아줘야 한다. 또 아이와 함께 수저·컵·빨대 등을 같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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