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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쓰나미 덮친 그곳, 이젠 희망 북돋우는 치유의 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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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미야기올레 2코스 중 '육지의 오쿠마쓰시마' 풍경.

미야기올레 2코스 중 '육지의 오쿠마쓰시마' 풍경.

제주올레 자매길 '미야기올레'  많은 현대인이 ‘힐링’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인지 여행할 때도 천천히 쉬어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한 국가나 지역에 장기 체류하거나 구석구석 천천히 걸어 다니며 둘러본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 외곽을 걸어 한 바퀴 도는 ‘제주올레’가 대표적인 힐링 코스다. 매년 많은 사람이 방문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간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일본 규슈와 몽골, 지난해에는 일본 미야기현에 제주올레의 세 번째 자매길이 탄생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역사, 지역 주민이 어우러지는 일본판 올레길이다.

해안·협곡 절경 따라 걷는 #3개 코스 총 30㎞ 길 조성 #제주올레와 같은 리본 표식

제주올레는 2007년 조성된 제1코스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21개 코스, 알파 코스 5개가 더해져 완성된 제주 도보여행길이다. 시흥리에서 종달리 해안도로를 거쳐 성산 일출봉까지 이어지는 1코스를 시작으로 제주 외곽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총 425㎞의 길이 이어진다. 올레길 주변에는 느낌 있는 게스트하우스·카페·음식점 등이 다수 들어서 도보여행객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의 발길까지 마을 구석구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자연·인간 상생하는 여행 제주올레

제주올레 코스.

제주올레 코스.

이처럼 제주올레는 단순한 길을 넘어 국내의 여행 트렌드를 바꾸고 제주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레길이 조성된 뒤 도보여행·제주여행 열풍이 불기 시작해 그 인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2013년에는 제주올레를 찾은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제주여행의 모습도 바뀌었다. 과거엔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소규모나 개별 여행객이 늘었으며, 이들은 유명 관광지만 순회하기보단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제주의 자연과 소박한 일상을 즐기고 간다.

제주올레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주변 국가도 조언을 구해왔다. 지금까지 제주올레의 조언을 받고 탄생한 올레 ‘자매의 길’은 총 세 곳이다. 2012년 첫 해외 올레인 일본 ‘규슈올레’, 2017년 ‘몽골올레’, 2018년 일본 ‘미야기올레’다. 모두 제주올레처럼 간세(조랑말 모양의 표지판)와 리본 표식을 길라잡이로 사용하고 있다. 장민경 제주올레 홍보팀장은 해외,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제주올레에 주목하는 이유를 “올레가 자연과 인간, 여행자와 지역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미야기올레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쓰나미로 상처받은 지역공동체와 줄어든 외국인 여행객을 회복하고 싶다는 미야기현의 특별한 바람을 담아 시작한 프로젝트다. 처음엔 자연재해를 겪은 곳에 올레길을 만들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을 추구하는 올레가 미야기현의 상처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제주올레 측은 긴 고민 끝에 치유와 상생의 길이 될 수 있는 미야기올레 개설을 승인했다.

대지진 피해 교훈 전하는 미야기올레

미야기올레는 총 길이 30㎞, 3코스로 조성돼 있다. 1코스 ‘게센누마·가라쿠와’는 태평양의 장엄한 풍광이 펼쳐지는 해안을 따라 걷는 코스다. 변화무쌍한 리아스식(굴곡이 복잡하고 후미나 만이 많다) 해안으로 규슈올레나 제주올레의 바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2코스 ‘오쿠마쓰시마’는 일본의 3대 절경이라 불리는 ‘마쓰시마’를 지난다. 3코스 ‘오사키·나루코 온천’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협곡인 나루코 협곡에서 시작해 유서 깊은 나루코 온천마을까지 이어진다.

미야기올레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로 바뀐 지형이나, 복구 중인 아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 경험과 극복 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2코스에 있는 쓰키하마 해변 인근 민박집에서는 쓰나미로 무너져 폐허가 됐던 집의 이전 사진을 전시한다. 미야기현 경제상공관광부 관광과 관광부흥추진반의 미즈마 겐지 반장은 “미야기올레를 준비하기 시작할 땐 주택지 안에 길을 내고 낯선 관광객이 오가는 것에 지역 주민의 거부감이 있었다”며 “지금은 올레길을 걷다 길을 잃은 관광객에게 길을 안내해 주거나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하는 등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야기올레에서 수려한 자연경관뿐 아니라 주민들이 재해를 극복하고 치유하며 쌓은 교훈과 지혜도 함께 얻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야기올레는 앞으로 5코스를 추가해 8코스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제1코스 게센누마·가라쿠와

한조.

한조.

-10㎞, 4~5시간 소요, 난도 중상
코스 가라쿠와 반도 비지터센터(시작점)→오사키 신사(0.4㎞)→오사키 미사키(0.8㎞)→쓰나미이시(3㎞)→야에몬자카(3.5㎞)→동백 터널(3.8㎞)→가라쿠와 고텐 마을길(4.3㎞)→A·B 코스 갈림길(4.7㎞)→사사하마 항구(6㎞)→오레 이시(8㎞)→한조

게센누마시 가라쿠와초는 6200여 명이 사는 면적 42㎢의 작은 반도다. 변화무쌍한 리아스식 해안과 사계절 피는 야생화가 눈을 즐겁게 한다. 가라쿠와초에는 크고 작은 신을 모시는 70개의 신사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기도의 길과 생활로를 올레길로 이었다.

제2코스 오쿠마쓰시마

이네가사키 공원.

이네가사키 공원.

-10㎞, 4~5시간, 난도 중
코스 아오미나(시작점)→오타카모리 약사당(0.5㎞)→오쿠마쓰시마 조몬무라 역사자료관(1㎞)→사토하마 조몬노 사토 사적공원(1.8㎞)→육지의 오쿠마쓰시마(3.1㎞)→이네가사키 공원(4.8㎞) →쓰키하마 해수욕장(5.1㎞)→ 신하마미사키(5.5㎞)→오타카모리 정상(8.4㎞)→아오미나

지역명은 ‘히가시마쓰시마’이지만 오지라는 뜻을 담은 ‘오쿠마쓰시마’라 불린다. 군락을 이룬 섬들을 돌아보고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원형 코스다. 105m의 작은 산 오타카모리에 오르면 태평양과 자오연봉·마쓰시마만·오시카 반도를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제3코스 오사키·나루코온천

일본 고케시 전시관.

일본 고케시 전시관.

-10㎞, 4시간 소요, 난도 하
코스 나루코 협곡(시작점)→가이코바시(왕복 0.7㎞)→오후카사와(1.2㎞)→오쿠로 가는 작은 길(2.9㎞)→고후카사와(3.4㎞)→일본 고케시 전시관(5.1㎞)→시토마에 세키아토(6.1㎞)→나루코 온천 신사(9.4㎞)→유메구리 히로바(9.8㎞)→나루코 온천역

깎아지른 듯한 깊은 협곡과 ‘오쿠’로 가는 작은 길을 지나며 손탕·족욕을 즐길 수 있다. 오타니강에 의해 형성된 깊이 100m의 협곡은 가까이서 보면 더 웅장하다. 이 코스의 나루코 온천마을은 일본의 온천 수질 11종류 중 9종류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일본정부관광국(JNTO), 동북관광추진기구, 미야기현 관광과, 인페인터글로벌 『도호쿠 홀리데이』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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