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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남긴 2시간 증언···'불법촬영' 최종범 항소심 계속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가 2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가 2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가수 구하라(28)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24일 세상과 작별했다. 하지만 구씨를 폭행·강요하고 불법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28)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구하라 극단적 선택, 前남친 항소심 재판엔 영향 없어 #檢 '범죄 후 정황' 고려해 최종범에 구형 올릴듯 #성관계 영상 불법촬영 혐의가 핵심 쟁점

구하라 2시간의 증언 

피해자인 구씨가 지난 7월 1심 법정에 출석해 남긴 2시간의 비공개 증언 때문이다. 한 현직 판사는 "구씨가 1심에서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하며 그가 경찰과 검찰에서 남긴 진술까지 모두 2심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이라 말했다.

구씨가 세상을 떠나 다시 법정에 설 순 없지만 구씨가 남긴 증언과 진술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사망할 경우 '공소기각'으로 재판이 종결되지만 구씨의 경우는 피해자라 이와는 다른 경우다.

앞서 지난 8월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의 오덕식 부장판사(연수원 27기)는 최씨에게 적용된 상해, 협박, 재물손괴, 강요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가수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가 지난 7월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가수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가 지난 7월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성관계 영상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선 합의하에 촬영한 이유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최씨 측은 모두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檢, 최씨에 대한 구형 올릴듯

법조계에선 구씨의 극단적 선택이 최씨에게 불리한 양형사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 제51조에 따르면 양형사유 중 하나로 '범행 후의 정황'이 있는데 구씨의 선택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형법 51조에 따르면 범인의 연령,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범행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돼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검찰은 이를 참작해 구형을 올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앞선 1심에서 검찰은 구씨가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죄질 역시 불량하다"며 최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심에서 이 구형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변호사(법무법인 송담)도 "구씨의 안타까운 선택은 판사가 향후 최씨에 대한 항소심 양형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것"이라며 "구씨가 1심에서 증언을 했기 때문에 재판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28)가 지난해 9월 경찰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28)가 지난해 9월 경찰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항소심 쟁점 2가지

최씨의 항소심 재판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1심에서 최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불법 성관계 촬영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다.

둘째는 최씨가 구씨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적정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불법 성관계 촬영이 맞고 성관계 영상 유출 협박으로 연예인인 구씨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징역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씨 측 변호인은 1심에서 구씨와의 성관계 영상은 합의하에 촬영했고, 구씨도 이 사실을 인정하는 입장이라며 1심 형도 너무 무겁다고 주장한다.

성관계 영상 유출과 협박 피해자의 변호를 맡았던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성관계 동영상 유출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만큼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며 "고통의 총량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연예인인 구씨가 겪었을 고통은 더욱 극심했을 것"이라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 진행상황을 봐야하지만 최근 추세로는 영상 유출 협박만으로도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SNS에 최종범씨와 최종범 1심 판사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네이버 실검' 공격 등을 언급하며 해당 이미지를 퍼나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SNS에 최종범씨와 최종범 1심 판사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네이버 실검' 공격 등을 언급하며 해당 이미지를 퍼나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판사 신상털이 

구씨의 극단적 선택 후 SNS에선 최씨의 1심 판사였던 오덕식 부장판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신상털이식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오덕식 실검 총공격'이란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들은 과거 오 부장판사가 선고한 성범죄 판결을 언급하며 "성범죄에 관대한 남성 판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네티즌들의 모습이 구씨가 고통스러워했던 악플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변협 회장은 "구씨는 정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판사에 대한 이런 비난이 옳은 일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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