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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안 오빠 무지 섭섭해요" 경기고 동기 황교안 비꼰 이종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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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등학교 72회(1976년 졸업) 동창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중앙포토]

경기고등학교 72회(1976년 졸업) 동창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중앙포토]

“(황)교안 오빠. 지난번 제가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에 나선 분들께 공천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을 해당(害黨) 행위라고 비판하셔서 무지 섭섭했습니다.”
첫머리만 보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같은 당 황교안 대표에게 띄우는 서한처럼 읽히는 이 글은 사실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의원이 나 원내대표인 양 이날로 사흘째 단식투쟁 중인 황 대표를 비꼬았다.

이 의원은 이렇게 썼다. “지금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단식하시면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 국민이 공감 안 해요. 손가락질받는 해당 행위입니다. 그러니 저의 패스트트랙 가산점 제안 실수와 오빠의 단식투쟁 실수를 쌤쌤(서로 상쇄시킨다는 의미의 속어)해요. 퉁 치자고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 의원은 또 “오빠와 저는 패스트트랙 저지호(號)라는 같은 배를 탔어요. 하지만 단식은 도움이 안 돼요. 미국에서 경원이가…”라고 썼다. 그런 뒤 마지막에 “이것이 속마음일까?”라는 한 줄로 글을 마무리했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결행하기 직전인 지난 20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한국 국회 입장을 미국 조야에 전달하기 위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당초 24일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하루 앞당겨 23일 새벽 귀국하기로 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규탄 논평을 냈다. 이 대변인은 “여성을 희화화하는 명백한 성희롱이자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결여된 모습이 오히려 국민을 부끄럽게 한다”며 “야당 지도부를 향해 오빠 운운하며 조롱하기에 바쁜 이종걸 의원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한 인사도 이종걸 의원의 글에 “이 의원이 야당을 공격하는 거야 본인 자유지만 ‘오빠’라는 말까지 써가며 야당 여성 원내대표를 희화화한 건 심한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지소미아 파기 철회와 공수처 설치법 포기,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지소미아 파기 철회와 공수처 설치법 포기,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황 대표와 이 의원은 1973년 경기고 입학 동기(72회)다. 둘의 인생행로는 사법고시 이후 갈렸다. 황 대표는 공안 검사를 거쳐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의 길을, 이 의원은 인권 변호사를 거쳐 민주당에 입당한 뒤 원내대표까지 지낸 5선 중진이 됐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황 대표에 대해 “고교 시절 학도호국단 단장으로 항상 교련복을 입고 절도 있는 생활을 하던 모범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지난해 7월 23일 숨진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이 둘과 같은 해 경기고에 입학한 동창이다. 이 의원과 황 대표는 노 전 의원 장례식 첫날과 둘째 날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걸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걸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던 둘의 사이는 황 대표 정치 입문 이후 확연히 멀어 보인다. 특히 ‘조국 정국’을 거치며 황 대표가 택한 삭발·단식 투쟁을 놓고 이 의원의 비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전반기를 두고 “총체적 폐정”이라고 비판하자 이 의원은 황 대표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황당 대표(황 대표 지칭)는 황당한 삭발식을 할 때 염치와 판단력, 기억도 잘라버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다.

황 대표가 지난 2월 한국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 이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건넨 조언에도 가시가 있었다. 황 대표는 당시 “45년 지기 황교안이 한국당 대표가 됐다. 그에게 필요한 ‘메멘토 모리’는 무엇일까? 2009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검찰의 겁박을 받으면서 썼던 ‘정치하지 마라’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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