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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미군 감축 들은 적 없어…몽둥이로 동맹 위협 안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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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미국·베트남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베트남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EPA=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1일(현지시간) 주한미군 1개 기갑여단 철수 검토 한국 언론 보도와 관련 "그런 결정을 들어본 적 없다"며 "동맹과 협상에서 몽둥이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트남 순방 중 대변인 명의로 "즉각 보도를 철회하라"는 성명까지 내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응한 데 이어 거듭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24시간 앞으로 다가온 데 대해선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철회 결단을 촉구했다.

"한·일 리더십 요구" 지소미아 결단 촉구 #"재력있는 나라 방위 더 기여 부당 안 해" #비건 부장관 지명자 "한미동맹 재생 필요"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귀국 항공기 탑승 직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 방문에도 불구 한·일 갈등에 돌파구가 없다는 지적에 "한·일 양국에 대한 내 메시지는 나는 과거사 문제와 최근 몇 가지 일들이 이를 촉발한 것도 이해하지만, 우리에겐 평양과 베이징을 포함한 더 큰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진해야 하며 그러려면 양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미국도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할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1개 기갑여단 4000명 병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그는 3차 SMA 협상 이후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느냐에 "나는 들은 적이 없고, 따라서 누가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한국으로부터 병력 철수 결정에 대해 들은 적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넓게 보면 분담금을 더 많이 내지 않을 경우 일종의 몽둥이, 위협책(sort of stick)이지 않느냐에도 "우리는 분담금에 관해 동맹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이건 국무부가 주도하는 협상"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너선 호프먼 수석대변인 명의로 언론사에 보도 철회까지 요구하는 공식 성명까지 낸 데 대해 "에스퍼 장관이 순방 중 동행한 대변인에게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한국과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과 한국민에 방어 의지와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약속했는데 반대되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퍼 장관이 직접 오보라고 밝혔듯이 국방부는 물론 국무부 등 행정부 내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라고도 했다.

그는 워싱턴 전문가 사이에선 감축 가능성과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다는 지적엔 "가령 북한 핵무기가 다 사라졌을 경우를 포함해 미래의 일을 우리는 다 알 수 없다"며 "가능성과 당장 3~4개월 뒤 순환배치를 중단한다는 결정은 전적으로 다른 이야기이며 그럴 경우 발생할 비용을 포함해 계획이 미리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환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했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은 계속했다. 그는 "재력이 있는 나라에다 자국 방위와 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에 더 기여하라는 요구는 부당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5배나 요구한 게 부당하지 않으냐에 "내가 숫자를 협상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무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얻어낼지 두고 보자"고 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강한 동맹이고, 각각의 대비태세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며 "한국의 전력과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전날 상원 인준청문회 때 "중요한 동맹이라도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발언에 이어 21일 "50년 이후 한·미동맹의 재생(renewal)과 원기회복(rejuvenation)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건 지명자는 워싱턴을 방문한 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면담에서 이같이 발언한 데 나경원 대표는 "새로운 동맹의 틀에서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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