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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곁에 있을수록 다쳐" 폼페이오, 출마 카드 꺼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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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8일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탄핵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와 빌 테일러 대사 대행을 신임하느냐는 질문 공세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8일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탄핵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와 빌 테일러 대사 대행을 신임하느냐는 질문 공세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행정부에서 빠져나올 안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타임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타임은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수 주간 공화당 고위 인사 세 명에게 내년 고향 캔자스주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할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동안 2020년 출마설을 부인해왔지만 올해 들어 잦은 지역 방문으로 기정사실로 한 분위기다. 문제는 얼마나 정치적 상처를 덜 입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느냐다.

타임 "폼페이오, 공화당 3명에 상원 출마 의사, #당초 내년 봄 사임 계획, 시기 재검토 들어가" #탄핵 청문회로 정치적 타격, 트럼프와도 긴장 #국무부 안팎 "美외교정책 지키지 못했다" 비판, #트럼프 "관리들 제대로 통제 못한다" 직접 불평

타임에 따르면 전·현직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포함된 공화당 고위 인사들은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내년 봄까지는 국무부장관직을 유지할 계획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주재 대사와 윌리엄 테일러 현 대사 대행 등 국무부 인사들이 주요 증인으로 나서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정치적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도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청문회가 힘을 얻으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에 오래 머물수록 상처를 크게 입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한쪽에서는 국무부 수장으로서 자신의 베테랑 외교관들을 보호하지 않고, 외교정책을 정치화하는 대통령에 반대해 오랜 미국의 정책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다른 한쪽,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들은 국무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증언을 하도록 방치하며 대통령 옹호에 열성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18일 팔레스타인 요르단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국제법상 합법이라고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부임하는 곳마다 잘못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나는 말할 게 없다. 대통령의 특정 발언에 대해선 백악관의 의견에 맡기겠다"고 피했다. 이어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외국에 대한 군사지원을 보류하거나 조건을 거는 것은 '미친 짓(crazy)'이며 잘못됐다(wrong)”고 증언한 후임 테일러 대사를 여전히 신임하느냐는 질문은 답변을 아예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와 '비선 채널'에 대해 증언한 데 대해 불평한 것도 트럼프 곁에 오래 머무는 게 상원 선거에 도움이 될지를 재고하도록 했다고 한다. 테일러 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대통령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릭 페리 에너지장관, 고든 선들랜드 주유럽연합(EU) 대사와 커트 볼커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가 포함된 '비선'이 백악관 정상회담 초청, 군사원조를 수단으로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했다"고 증언한 것을 못마땅하게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을 직접 실명으로 거론하며 테일러 대사 대행을 채용하는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문제는 그가 트럼프 결사 반대자(Never Trumper)라는 것"이라며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폼페이오가 그를 채용한 건 실수"라고 했다.

83세 고령인 팻 로버츠(공화당·캔자스) 상원의원이 내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빈자리가 생겼지만, 크리스코박 전 캔자스주 국무장관, 로저마셜 연방 하원의원, 데릭 슈미트 주 법무부 장관 등 지역 공화당 후보 경선 구도가짜인 것도 출마 시기를 앞당겨야 할 지 고민하는 이유다. 미국 최대 밀 생산 주인 캔자스 농민들이 트럼프의 대중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가 트럼프의 후광으로 손쉽게 상원의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더는 아니라는 지적도 지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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