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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민원인 서류 뒤져 연락한 순경…전북경찰 “불법 아니다”…처벌 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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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에 간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마음에 든다”고 연락한 순경에 대해 전북경찰청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여성의 공포 고려 안 했다” 지적도

전북경찰청은 19일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적으로 연락한 A순경에 대해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순경은 지난 7월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고창경찰서를 찾은 여성 민원인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됐다. “저는 아까 국제운전면허증 발급해 준 사람이에요.ㅎㅎ”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어서 했는데 괜찮을까요?” 등의 내용이었다.

이튿날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B씨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가 너무 불쾌해했다. 아주 심각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전북경찰청은 A순경을 상대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왔다.

경찰은 이번 결정에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법률 유권 해석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개인정보보호위가 최근 “경찰서 민원실 소속 A순경은 정보 처리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려서다.

개인정보보호위는 “(해당 법률에서) 개인은 정보를 처리하는 주체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닌 법인의 사업자 등이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A순경은 개인정보 ‘취급자’ 정도로 봐야 한다. 처리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 해석 결과를 전북경찰청에 보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자체적인 내사 종결에 따른 시비를 없애기 위해 공신력 있는 타 기관에 법률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며 “조만간 해당 경찰서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A순경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전주시 인권옹호관(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은 “경찰이 남녀 성별에 따른 문화적 차이와 경찰관의 연락을 받은 여성이 갖는 공포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성 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본다면 A순경의 행동은 스토킹이고 성희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장이 인권이나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빚어진 문제를 방치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민원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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