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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WTO…“한국, 중견국과 새 규범 주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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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유·다자’ 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시대가 저물고 ‘보호·다층’ 무역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향후 무역 질서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 ‘무역협회가 뽑은 통상이슈 톱 7’을 17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WTO의 위기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한국-신흥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미중 통상분쟁 ▶보호무역조치 확산 ▶국가안보의 무차별적 사용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7대 통상 이슈로 선정했다.

미국 우선주의로 다자무역 흔들 #분야·지역별 협정이 공백 보완 #무협 “핵심 신흥국과 FTA 필요”

1995년 출범한 WTO 다자무역체제는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무협은 미국이 자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했고,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서 WTO 질서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협은 “다음달 미국이 WTO 상소기구 신임위원 임명을 거부하면 WTO의 국제분쟁 해결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미국은 WTO 상소기구의 신임 분쟁해결위원 임명을 거부해왔다. 정원 7명인 상소기구엔 현재 위원 3명만 있는데, 이들 중 2명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무협은 최근 급증한 분야별·지역별 무역 협정이 WTO의 공백을 보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 등 거대 경제권이 참여하는 메가 FTA(자유무역협정)가 잇따라 타결 또는 발효되고 있다. 미국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개정판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새로 맺었다. 지난해 12월엔 일본과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TPP(CPTPP)가 발효됐고, 이달 초에는 한중일 3국을 포함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됐다. 무협은 이런 흐름과 별개로 국가별 보호무역 조치 역시 더 강화될 것으로 봤다.

WTO 체제 수혜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는 중견국과의 연대와 신(新)통상규범 수립을 주도해 한국의 통상 위상을 강화하고 핵심 신흥국과의 수준 높은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개별 기업이 통상 질서의 변화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무역협회가 기업·정부·유관기관 간 협력체제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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