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채권형 펀드 … 고맙군 버냉키 FRB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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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값이 올라가자 채권형 펀드에 소리없이 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 부진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 콜금리 인상 등 변수가 많은 만큼 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채권형 펀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오랜만에 어깨 편 채권형 펀드=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4일 현재 채권형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평균 2.74%로 나타났다. 연환산 수익률로 따지면 5%를 넘는다. 주식형 펀드(성장형)의 평균 수익률이 -11%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지난해 연간 평균 수익률(1.86%)은 이미 추월한 지 오래다.

SH운용의 '탑스적립식채권1'이 연초 이후 4%가 넘는 수익률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동양High Plus 채권1classA' 등 10개 펀드도 3%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와 달리 채권형 펀드가 나름대로 선전하는 것은 올해 채권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화 및 금리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급등했던 금리가 올 상반기 크게 떨어진 덕을 본 것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초 5.16%에 달했지만 이달 20일 4.86%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함께 올라간다.

◆3년 이상 묵혀야 제 맛=최근에는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으로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실제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0일 현재 채권형 펀드의 수탁액은 50조1321억원을 기록했다. 1월에 수탁액이 5년여 만에 40조원 대로 내려선 뒤 6개월 만에 다시 수탁액 50조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이달부터 머니마켓펀드(MMF)의 익일매수제가 실시되면서 MMF 자금 상당수가 단기 채권형 펀드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해져 앞으로도 자금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연 5~6% 정도로 기대만큼 높지 않다. 5%에 달하는 은행 특판 예금과 비교해 뚜렷한 매력을 찾기 힘들다. 더욱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국내에서도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 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채권형 펀드에 투자해봤자 큰 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채권평가 김휘곤 팀장은 "채권형 펀드는 기본적으로 최소 3년 이상 투자해야 연 8~9%에 달하는 편입 채권들의 만기 수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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