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니콜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 회장은 캘리포니아와 미국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환경 맞수’로 꼽힌다.
대기오염과의 전쟁 - 도시 이야기 ⑥미국 LA #메리 니콜 캘리포니아 대기자원 위원회 위원장 #환경 규제 완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맞수
미국의 자동차 주간지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는 그를 “트럼프와 전쟁에서 캘리포니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most powerful weapon)”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3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의 주도 새크라멘토에 위치한 CARB 집무실에서 니콜 회장을 만나 한국이 어떻게 대기오염과의 싸움에 대처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 여기도 한국처럼 미세먼지도 많나.
- “당연하다. 1940~50년대는 오존과 광화학 반응이 중심이 된 ‘스모그’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그을음과 배기·배출가스로 인한 ‘미세먼지’가 문제다. 걱정해야 할 대상이 바뀌고 있는 거다.”
- 과거의 스모그와 현재의 미세먼지, 뭐가 더 해로울까.
- “스모그는 뿌옇게 연무를 만들고 시야를 가릴 정도로 도시 전체를 뒤덮기도 한다. 일단 눈에 보이니까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10년 전까지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에게 훨씬 심각한 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독성 화학물질이 대부분이라 발암물질이고, 실제 사망요인이 된다. 특히 어린이나 심장·폐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 그래도 여전히 대기오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문제는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차량이 늘었다는 거다. 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해 화력 발전소와 정제소, 공장 등에서 나오는 오염 배출을 차단하고 저감 장치를 설치한 결과 현재 캘리포니아의 대기오염 수준은 1960년대 후반의 약 10~20% 수준이다. 과거엔 종종 긴급경보가 발령돼 학교 야외수업이 금지되고 사람들의 야외활동도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미국에는 ‘연방정부식(National Standards)’과 ‘캘리포니아식(California Standards)’ 2가지 공기 질 기준이 있다. 후자가 더 엄격하다. 일산화탄소(CO) 경보가 발동되는 농도만 해도 연방정부는 1시간 기준으로 35ppm(1ppm=100만분의1)이지만, 캘리포니아는 20ppm만 돼도 위험하다고 본다.
이산화질소(NO2) 농도도 연방정부 기준은 연평균 0.053ppm이지만 캘리포니아는 0.030ppm으로 엄격하다. 황산염·황화수소·염화비닐 등 연방정부엔 아예기준이 없는 오염 물질도 캘리포니아는 자체적으로 ‘발굴’해 규정을 정해 놨다.
- 엄격한 환경 규제를 정착시킨 비결이 뭔가.
-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지지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야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의 척도로 삼았다. 우리는 밖에 나가야 하고, 해변을 달려야 하고, 산에서 하이킹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활동들이 우리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곳 사람들은 ‘좋은 직업이나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오염된 도시에서 사는 것을 참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경제 성장과 좋은 환경은 반비례한다는 설정 자체를 믿지도 않았다. 그 결과 주민들이 앞장서서 입법자와 주지사가 더 엄격한 환경 규제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 한국도 공기 질 개선이 시급하다.
-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대국민 교육이다. 지금 공기에 어떤 물질이 있고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제대로 알려야 한다. 그 다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 계획을 짜야한다. 우리 경험상 대기오염을 개선시키려면 정부와 민간 양쪽에서 ‘기술력’과 ‘의지’, ‘리더십’이 필요하다. 자동차 배기가스만 해도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더 나은 토지 이용계획과 대중교통 수단이 갖춰져야 한다.”
- 한국은 중국발 미세먼지도 상당해서 해결이 쉽지 않은데.
-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과학이다. 위성 사진과 바람 방향에 따른 공기 질 측정치 등으로 인과 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중국이나 국제 사법부의 판단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양심이나 선의에 호소할 수도 있지만 정화 비용을 부담하는 등 재정적인 지원을 제안할 수도 있다. 어렵겠지만 중국 제품을 수입할 때 오염 부담세를 붙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대기 오염을 발생시키는 공장에서 만든 중국제품 대신 친환경 시설에서 생산한 물건을 사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을 일으키는 건 어떤가. 마지막으로 국제 조약이나 협정을 통한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한다. 오염과 싸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파리 기후협약이 엄연히 있는데도 트럼프 정부는 탈퇴해버리고 중국도 규제를 완화시켜버리지 않았나. 특히 오염원을 자국에서 통제하지 못할 경우엔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떤 방법이든 찾을 수 있고 찾아야만 한다.”
새크라멘토(미국)=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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