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만 요란했던 은행권 일자리 성적표…금융위 "통계 보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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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압박'이라는 비판을 받던 금융위의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측정' 계획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사진은 지난 8월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연합뉴스]

'일자리 압박'이라는 비판을 받던 금융위의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측정' 계획이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사진은 지난 8월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연합뉴스]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평가하겠다던 금융당국의 야심 찬 계획이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일자리 관련 통계를 보완하겠다는 새 계획을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 정책·글로벌금융 분과 회의를 열고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업 일자리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참석자들은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평가계획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계획 틀어진 '간접 일자리 창출' 측정

금융위는 지난 6월 ‘일자리 중심 경제’ 달성을 위해 금융부문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시중·지방은행이 직접·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 기여도를 측정·평가해 8월 중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은행에 대한 ‘일자리 압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예정보다 석 달이 지나서야 나온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직접 고용인원은 10만1000명, 연관산업 고용인원은 3만1000명에 달한다(2018년 말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엔 신규채용이 반등했다(4748→6088명).

국내은행이 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창출한 고용 인원은 지난해 약 1만3000명으로 추정했다. 신규 기업대출 취급액(지난해 206조1000억원) 10억원당 1년간 0.065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2010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결과를 이용해 나온 결과다.

당초 금융위는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해 은행의 간접적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를 포기했다. 연구를 맡은 금융연구원이 고용유발계수(10억원 재화 생산이 창출하는 고용자 수)를 활용하면 부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유발계수는 도소매(10.8명), 숙박음식(10.4명) 같은 자영업이 고용유발계수가 제조업(5.6명)보다 높다. 따라서 이를 평가하면 은행에 제조업보다 영세자영업 대출을 많이 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고용유발계수 [금융위원회]

고용유발계수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이날 은행별 분석결과를 따로 내놓지는 않았다. 어떤 변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너무 크게 바뀌는 등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대신 금융업 일자리와 관련해 조금 더 의미있는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일자리 통계를 보완하고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여러가지 가정에 따라 결과가 큰 편차를 보이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평가결과를 갖추기가 어려웠다"며 "금발심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했을 때 이번엔 전체적인 것만 평가하고 은행의 개별 평가는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금융정책 직접 목표되긴 어려워" 

이날 금융위가 함께 발표한 업권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산업 전체 취업자는 83만1000명이었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38만4000명, 설계사 및 모집인이 44만7000명이었다. 2015년부터 전체 금융업권 임직원수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인 가운데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업 임직원수만 증가했다.

금융권 취업자수 추이 [금융위원회]

금융권 취업자수 추이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지속적인 진입규제 완화와 핀테크 및 금융분야 신산업 육성,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정보기술(IT)중심으로 변화하는 금융구조에 맞춰 금융회사 임직원 대상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권 퇴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재취업 지원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금발심 참석자들은 "단편적 대응보다는 단기적 안목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은행권은 일자리 여건이 여의치 않은 만큼 다른 분야의 새로운 금융수요 창출을 통한 일자리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금융위 역시 일자리 창출이 직접적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이 국장은 "일자리 문제는 사실 정부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금융회사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자리 창출이 정책의 직접적 목표가 되긴 어려우며, 금융업의 여러 다른 정책 과제(실물경제 지원 등)들의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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